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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소비자로서는 붉은 조명 아래 진열된 고기들이 무슨 차이가 있는지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이것저것 잔뜩 살 수는 없으니 조금을 사도 좋은 고기를 사야 할 텐데, 고기 잘 고르는 법은 없을까.

여기에 대책이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축산물이력제다. 축산물이력제는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지속적으로 높아짐에 따라 마련됐다. 가축의 출생에서부터 도축·포장처리·판매에 이르기까지의 정보를 기록·관리하며 축산물 유통과정을 투명하게 하고 있다. 2006년 6월 쇠고기이력제를 개시했고, 지난해 12월부터는 돼지고기도 이력제를 시행하고 있다.

롯데마트 잠실점을 찾은 여성고객이 14일 '생산이력제 시스템'으로 판매중인 호주산 쇠고기를 구입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축산물이력제에 따라 사람에게 13자리의 주민등록번호가 있듯 모든 쇠고기와 돼지고기는 12자리의 이력번호를 가지고 있다. 생산농가 식별번호 부여부터 시작해 도축장·포장처리업소 등을 거치며 ‘고기’가 되기까지의 이동경로를 시스템으로 관리하며 정보를 축적해 제공한다. 소비자는 스마트폰 앱(안심장보기 또는 축산물이력제)이나 인터넷(www.mtrace.go.kr)을 통해 내가 고른 고기가 어디서 어떻게 키워지고, 도축되고, 가공돼 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이력제를 활용하면 농장에서 질병이 발생했을 때 원인균에 감염된 가축이 어디에서 왔는지 또는 어디로 이동됐는지를 빠른 시간 내에 파악해 회수·폐기 등의 조치를 신속히 할 수 있다.

각종 가축 질병 발생에 따라 축산물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급증한 상태다. 애초에 고기가 싼 물건도 아닌 데다 축산물에 대한 왜곡된 정보가 확산되고 있어 선택에 나선 소비자의 눈매가 그 어느 때보다 매섭다. 예전의 ‘질보다 양’이라는 소비 패턴은 조금 비싸더라도 안전이 보장된 국산 축산물을 사겠다는 쪽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오는 6월 말쯤 돼지고기이력제가 무사히 시장에 정착되고, 시장을 움직이는 주체로서 소비자가 안전한 먹거리 추구에 대한 스스로의 권리를 놓지 않는다면, 우리 식탁은 더 건강해질 것이다.


허영 | 축산물품질평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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