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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에는 어쩐지 조금씩 푸근해진다.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배달의민족’을 약 4조7000억원에 인수하면서 한국·독일 회사가 아시아 음식배달 시장 평정에 나선다니 기뻤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숙제를 마쳐서 그런지 하마터면 성스러워질 뻔했다.

파타야 코란섬 바위틈마다 폐비닐이 쌓이면서 섬 한가운데엔 5만t의 쓰레기 산이 생겼다. 인도양·남태평양 섬에서는 플라스틱 쓰레기통에서 못 빠져 나온 소라게 57만마리가 폐사했다. 스코틀랜드 해안에 쓸려온 죽은 고래 배 속에서는 밧줄·그물·플라스틱 컵·장갑이 100㎏ 넘게 나왔다. 태국의 야생 사슴 배 속에서 나온 쓰레기들은 플라스틱만 7㎏에 달한다. 겨우 지난 한 달간 일어난 일들이다. 남의 나라만의 이야기일까. 작년 7월 쓰레기 대란으로 불법 수출된 한국산 쓰레기산이 필리핀에서 매일 밤 연기를 뿜어내며 타오르고 있다. 지난 4월 정부는 490억원을 들여서 전국에 산재한 쓰레기 산을 없애겠다 했지만 아무리 치워도 계속 쌓이는 ‘쓰레기산’들은 지자체 세금을 좀먹는 밑 빠진 독이 되었다.

최근 한 모임에서 환경교육 전문가 오창길 박사는 환경교육 예산이 26억원으로 작년보다 두 배 증액됐다고 기뻐했다. 연간 예산 500조원의 나라에서, 수백억원을 들여 쓰레기를 치워도 치워도 계속 쌓이는 나라에서 26억원에 환호하자니 씁쓸했다. 우리나라 폐기물 처리비용은 연간 23조원에 육박한다. 게다가 수도권 쓰레기 대체매립지 조성도 불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결국 현재로서는 줄이기가 답이고, 플라스틱 생산부터 소비, 폐기와 재활용 체계부터 바꿔야 한다. 플라스틱은 석유추출물로 만든다. 당연히 생산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기후재난으로 지구촌이 몸부림을 치는 와중에 이산화탄소가 계속 증가하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다행히 양식 있는 우리나라 소비자들 77.4%가 대형마트의 플라스틱 포장이 과도하다고 생각한다. 환경부에서도 마트나 카페에서 비닐과 플라스틱 컵을 금지했고 플라스틱 천국 장례식장에서도 2021년부터는 일회용품 사용이 금지된다. 플라스틱 빨대는 2022년부터 금지라는데 왜 그렇게 늦춰져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이탈리아 술집에서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없애려 파스타 빨대를 사용하기도 한다니 젊은 스타트업에 아이디어를 공모해봐도 좋겠는데 나서는 이가 아직 없는 것 같다.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골프장인 로열 노스 데번 골프클럽은 환경 보호를 위해 내년부터 플라스틱 티(tee)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다. 플라스틱 티가 나무 티에 비해 새를 비롯한 다른 동물들에게 유해하고 새 또는 야생동물들이 쉽게 물어가기 때문이다.

독일의 화학기업 바스프는 환경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폐플라스틱에서 오일을 추출하는 기술에 2조6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기업뿐이 아니다. 영국의 대학생은 생선 폐기물로 만든 바이오플라스틱 ‘마리나텍스’로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를 올해 수상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화학연구원에서 슈퍼 바이오 플라스틱을 개발하였고 기업과 상용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환경부 산하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연구팀도 빙어 내장서 ‘친환경 플라스틱’을 만드는 미생물을 찾아 학술지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경북 동안동 농협에서는 ‘컵과일’용으로 좀 비싸도 생분해되는 옥수수 전분 플라스틱 포장재를 사용하였고, 경기 성남시에서는 라면봉지 등 폐비닐로 만든 가로수 보호판을 시범적으로 설치하였다. 현대차에서도 제네시스 시트에 가죽을 버리고 내년부터 친환경 플라스틱을 쓰기로 했다니 좋은 성과가 있길 바란다.

플라스틱 덜 쓰고, 재활용되게 잘 버리고, 친환경적 대안을 정부, 기업, 시민이 함께 찾았으면 한다. 특히 아시아 배달시장에 진출할 배달의민족이 거액을 기반으로 꼭, 친환경 용기를 만들어주길 빈다. 당신이 버린 플라스틱, 당신은 안 먹는다. 당신 손자가 먹는다!

<이미경 환경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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