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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와 대도시. 어디에나 공항이 있다. 내가 사는 담양에도 승용차로 삼십분 정도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광주공항이 있다. 오지 가운데 오지인 남미 아마존을 갈 때도 공항이 밀림 숲속에 뎅그러니 놓여 있더군. 때마침 공항 앞마당에서 연주하는 악사가 영화 <미션>의 ‘가브리엘 오보에’를 들려주었을 때 나는 순간 정지화면이 되고 말았다.

피아노 소리가 구슬픈 영화 <러브레터>의 홋카이도를 가는 길, 눈보라를 뚫고 비행기가 간신히 착륙했다. 그쪽으로 가지 않아도 눈이 펑펑 쏟아질 우리네 북녘 땅이 많이 보고팠었다.

농사를 지어놓고 열매는 친구들에게 따먹으라 하고 나선 순례길. 삽은 안타깝게도 여행에는 쓸모가 그다지 없다. 삽 대신 책을 손에 들고 나선 길엔 봄꽃들 지고 여름꽃이 만발이구나. 어느덧 반팔 차림에 샌들 신발은 가뿐해라. 진달래는 모두 지고 민주와 통일을 외치는 시민들 손에 든 촛불만이 근근하다. 까맣게 저물거나 꺼트리지 말아야 할 꽃이렷다.

전쟁으로 끊긴 북쪽으로 난 하늘길 땅길. 이렇게 좋은 봄날 왜 우리는 동포의 가슴에다 총구를 겨눴을까. 아직껏 오도가도 못한 채 금지선을 긋고 살아가는 걸까. 세상의 모든 공항은 마음조차 가까운데 유독 평양 순안공항은 멀기만 하다. 노예 사슬을 어서 끊고 덥석 만나야 한다.

먼저 곳간을 활짝 열어 일자리를 북쪽 노동자들에게도 안겨주어야 한다. 평창 동계올림픽에도 같이 손잡고 입장해야지 않겠는가. 농번기 끝낸 우리 농부들, 삽을 놓고 육로나 비행기로 금강산 관광, 개성 관광, 내친김에 평양 관광, 즐길 날도 빨리 와야 하겠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기만 하는 게 바로 죄다. “너희는 내가 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지 않았고, 목말랐을 때 마실 것을 주지 않았으며, 나그네 되었을 때 따뜻이 맞아주지 않았고, 헐벗을 때에 입을 것을 주지 않았으며….”

예언자 에스겔은 무서운 얼굴을 하고 낱낱이 그간의 죄목을 까발렸다.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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