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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창원 | 범죄심리학자



 

북한의 도발과 일본 극우세력의 준동이 심상찮다. 북한은 핵실험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에 반발해 추가 도발을 예고하고 나섰고, 극우정권의 출범에 힘입은 일본 극우단체들은 군국주의 상징인 욱일승천기를 뒤흔들며 도쿄 한가운데에서 ‘한국인 물러가라’는 망동을 일삼고 있다. 독도와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쿠릴 등 한국, 중국, 러시아와의 영토분쟁에도 불을 붙이고 있다. 일본 극우세력의 지금 모습은 마치 20세기 초 내부 위기를 ‘정한론’으로 돌파하고, 제국주의적 야망을 달성하기 위해 중일, 러일 전쟁을 일으키던 상황과 흡사하다. 


북한 역시 군, 행정, 정치 경험이 전무한 20대 세습 독재자의 위태로운 지위와 생활고에 시달리는 인민들의 반발을 타개하기 위한 벼랑끝 심리가 엿보인다. 기나긴 외세의 침탈과 암울한 독재의 그늘을 벗어나 탄탄한 경제적 기반 위에서 이제 막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려는 우리 대한민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이성과 합리성을 찾고, 열린 토론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구축하는 한편, 전문성과 체계적 전략으로 위기를 벗어나 기회를 창출해 내야 한다. 다시는 구한말 무능한 왕조와 나라 팔아 제 잇속 챙긴 친일파, 이성보다 감정으로 쇄국을 부르짖던 수구파의 전철이 재현되어서는 안된다. 


‘통합된 대한민국’을 어떻게 만들까? 무엇보다 새로 출범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일본 극우파와 북한처럼, 한쪽 극단을 치달리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 혹시라도, 선거에 이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색깔론과 이념적 편향성에 의존했다면, 집권자로서 정부를 운영할 땐 과감히 그 허물을 벗어던지고 모두의 대통령과 정부가 되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외세의 적대적 준동 앞에선 더욱 그렇다. 무엇보다 ‘선거전쟁’에 동원되어 세대와 이념으로 편갈려 싸우게 된 국민들을 다시 가족, 동료, 친구, 친척 사이로 돌아갈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골 깊은 지역감정 탓에 차라리 영(호)남 사람보다 미국, 일본이 낫다는 망국적 분열심리를 치유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통합’과 ‘화합’은 말로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반드시 전제돼야 하는 절차가 있다. 바로 ‘진실과 화해’다. 오랜 흑백 인종갈등을 극복하고 새 민주정부를 구성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진실과 화해위원회’가 좋은 예고, 분단으로 인한 극심한 분열과 갈등을 극복한 통일 독일의 성공 역시 마찬가지 원칙을 준수한 결과다. 북한과 일본의 비이성적인 망동 앞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가 반대진영의 공격과 비난 앞에서 ‘우리끼리’ 똘똘 뭉치고 방어 태세를 갖추어선 안된다. 장관 등 고위직부터 대탕평을 통해 결격사유가 없고 자질과 능력이 검증된 인사를 중용하고, 군사정권 독재 시절의 과오에 대한 사과부터 지난 대선 기간 횡행했던 불법적인 지역감정과 색깔론 공격의 실체와 구조, 책임자들을 가려내 단죄하는 작업까지 신속하게 마쳐야 한다. 

(경향신문DB)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진정성, 조국과 민족을 위한 충심이 확인되기만 한다면, 이 땅의 수많은 건전한 보수와 중도, 심지어 합리적 진보에 이르는 대다수 지식인과 국민들이 대통령과 정부를 지키고 보호해 줄 것이다. 그것이 5000년 역사 내내 보여줬던 한민족의 전통이며 민심이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주위에는 충신도 있겠지만, 구한말 이완용 못지않은 매국 간신배들도 있을 수 있다. 특히, 더 방어적으로 ‘우리끼리’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속삭이는 자는 간신배다. 대통령 당선인을 칭송하고 추앙하며 그 부모를 찬양하며 다가서는 자, 두 번 볼 것 없는 간신배다. 박근혜 당선인은 자신 주위에 몰려드는 파리떼 같은 간신배들에게 둘러싸여 반쪽 대통령으로 전락할 것인가, 아니면 반대편까지 아우르는 포용력으로 충신들을 삼고초려해 ‘하나된 대한민국’을 이끌어 내는 구국의 성군이 될 것인가? 국민은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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