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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쓰레기 수입금지 조치로 플라스틱 쓰레기 대란을 겪은 지 1년이 지났다. 우린 그동안 얼마나 바뀌었을까? 지난해 8월부터는 커피전문점 내 일회용품 사용이 금지되었다. 이번 4월부터는 전국 대규모 점포와 슈퍼마켓에서 일회용 비닐봉지와 쇼핑백 사용이 금지되었다. 이제 시작일 뿐, 아직도 일회용품 사용이 크게 줄지 않았고 규제에 대한 불평불만도 없지 않다.

우리가 몰랐던 사이, 우리 사회엔 해결 못하는 쓰레기가 늘어만 가고 있었다. 경북 의성군 단밀면 생송2리, 50여 가구밖에 살지 않는 농촌 마을에 재활용을 명분으로 들여다 놓은 쓰레기가 산을 이루고 있다. 보관량(2157t)의 34배가 넘는 분량(17만3000여t)이다. 폐기물이 썩으면서 나온 악취와 침출수로 주변 환경이 오염되고 마을주민들이 심각하게 고통받고 있다. 이 ‘쓰레기산’에 불까지 나자 미국 CNN에서 “세계 최대 플라스틱 소비국의 단면”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필리핀에 플라스틱 재활용품으로 수출했던 쓰레기가 지역 환경단체의 문제제기로 반송되기도 했다. 전국적으로 폐기물 관련 사업장에 쌓아둔 방치폐기물이 85만t, 야산이나 창고에 버려진 불법폐기물이 30만t가량. 모두 소각한다 해도 매해 100억원씩 들여 30년 정도 걸리는 규모이다.

폐비닐은 용융기에서 검은 색소와 섞여 플라스틱 반죽으로 변하고, 4~5㎜ 크기의 플라스틱 펠릿으로 모양이 잡힌다. 자루에 담긴 펠릿은 대부분 중국으로 수출돼 하수도관 등의 재료가 된다. 김정근 기자

다행히 많은 시민들이 일회용품, 플라스틱 제품 규제를 지지하고 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재활용 쓰레기 대란 1주년을 맞아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및 해결 방안에 관한 대국민 인식도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 95% 이상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열에 아홉은 플라스틱 제품 사용 ‘전면 금지’ 같은 강한 규제를 원했다. 소비자 규제를 넘어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기업 규제를 요구하기도 했다.

(출처:경향신문DB)

환경부의 규제 조치에 대한 다수 기사들은 조치의 문제점이나 관련 업체들의 불평불만을 주로 전한다. 그런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건 필요하지만 현재 상태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변화란 있을 수 없다. 기사들 아래 댓글이 오히려 인상적이다. 어느 기사에 달린, 아이디 ‘문제없어’란 누리꾼의 댓글이다. “고통 없이는 절대 성공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안 하면 안되는 사업이라 어떤 식으로든 진행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편의점·새벽배송업체·대기업의 공산품과 대포장 등도 가장 큰 원인 중 하나 아닐까요? 생활쓰레기에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분류해보니 재활용으로 90% 이상 나옵니다. 음식을 담았던 일회용품은 잘 씻어 물기를 제거하고 재활용으로 분류해냅니다. 만드는 대기업, 대책 부족한 정부, 항변하는 영세업자 등등을 탓할뿐더러 개인인 나 스스로도 열심히 방법 찾아 동참합시다. 우리 아이들이 쓰레기장에 살게 할 순 없잖아요.” 아이디 ‘티없이살라하네’도 말한다. “문명의 발달로 너무 편리함에 익숙해져 살다 보니 좀 불편하면 힘들어한다. 폐비닐·폐플라스틱이 육지에서는 산을 이루고 바다에서도 섬을 이루어 더 이상 방치한다면 지구는 죽는다. 만들어 쓰고 버릴 뿐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 하니. 좀 불편하고 비용이 더 들더라도 배달음식 단가 올려서 판매자와 구매자가 부담하면 되고. 지금 규제를 하는 일이 문제가 아니라 대책도 없이 과거에 규제를 하지 않은 일이 더 문제다. 내 집에 쓰레기 더미 안고 산다고 생각하면 규제와 비용 부담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 일단 나 자신부터 시작해보자. 할 수 있는 일들, 너무나 많다. 다회용컵(텀블러) 사용하기, 장바구니 가지고 다니기, 그릇 가져가서 음식 사오기, 과대포장 않는 제품 사기, 다회용품 사용 배달업체 이용하기 등등. 실내 흡연이 당연시되었지만 이젠 실내 흡연은 물론이고 길거리 흡연조차 문제라 본다. 문화가 바뀐 거다. 일회용품 사용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문화가 아니라 문제로 보는 문화, 부끄럽게 보는 문화로! ‘내’가 그 변화의 시작이 되자.

<윤순진 서울대 교수 환경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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