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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숨길 수 없는 세 가지는 기침, 사랑, 가난이라는 말이 있다. 그중에 가난은 주거형태로 드러나는가 보다.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을 함께 짓는 어느 소셜믹스 아파트에서 두 주택 사이에 장벽을 세우고 비상계단을 막아서 주민 갈등이 심해졌다.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는 LH 공사에서 지은 아파트에 살면 ‘엘사’, 휴먼시아 아파트에 살면 ‘휴거’, 빌라에 살면 ‘빌거지’라며 놀린다고 한다. 

물질만능주의, 책임의 개인화 사회에서 돈에 따른 차별은 정당한 것이며 가난은 개인의 능력 부족이나 게으름 탓이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가난의 원인을 개인의 게으름으로 답한 학생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사람을 주거형태로 구분하고 그룹화하여 인지하는 것은 ‘우리’와 ‘그들’의 이분법에서 비롯한 집단주의적 사고를 나타낸다. 브랜드 아파트에 사는 ‘우리’의 가치를 고양시키기 위해 경계 밖의 ‘그들’은 깎아내리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가진 생각과 신념은 고착되고 확대 편향되어 반사회적인 어른이 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혐오는 경멸, 증오, 기피, 불쾌함이 복합된 강한 감정이다. 속으로 생각만 해도 옆에 있는 사람이 느낄 수 있는 혐오감이 언어로 표출되고 회자되고 있다는 것은 위험한 징조다.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언어유희라고 간과했다가는 혐오 표현이 물리적 행위로 이어져 더 심각한 범죄가 될 수 있다. 

이미 유럽 주요 국가들은 혐오 발언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했다. 만약 우리 반에 가난을 혐오하는 학생이 있다면 어떻게 접근할 수 있을까? 담임으로서 참담한 마음을 추스르고 두 가지 방향으로 노력할 것이다.

첫째, 혐오 표현을 하는 학생을 이해해보려고 애쓴다. 재미로 썼을 뿐 잘못인지 몰랐다고 한다면 인권 감수성을 기를 수 있는 다양한 수업과 반편견 교육이 필요하다. 피해가 될 것을 알고도 썼다면 학생의 내면 상태를 점검하고 원인을 찾아야 한다. 가정불화, 원만하지 못한 교우 관계, 부모의 높은 기대감, 공허함 등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을 수 있다. 나약한 자신을 감추기 위해 공격적인 언행으로 자존심을 과시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둘째, 반 아이들에게 집으로 그 사람을 파악하는 것은 진실한 인간관계가 기반이 되는 참된 삶을 가로막는 안타까운 일이라고 설명해준다. 진정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으며 마음의 눈으로 봐야 한다는 <어린 왕자> 이야기와 더불어 사람이 중심에 있는 세상이 되려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 토의해 볼 것이다. 

가난은 인성 문제가 아니며 집은 생활 공간일 뿐이다. ‘어떤 집에 사느냐?’가 공동체에 소중한 가치를 더하는 것과 무관하다는 신념을 나누면서 말이다.

<위지영 서울 신남성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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