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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연구자가 대안학교 졸업생 현황을 연구하고 싶다고 도움을 청해왔다. 졸업생 연구에 대한 필요성은 계속 제기되었지만 미흡한 여건으로 진행되지 못했던 터라 제안이 반가웠지만, 한편 조심스럽기도 했다.

“졸업생들은 어떻게 지내나요?” 대안학교에 관심 있는 이들이 빼놓지 않고 던지는 질문이다. 대안학교 졸업 후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염려하는 말이기도 하고, 그 질문 속에는 그럼에도 뭔가 특별한 사람으로 살아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숨어 있다. 그런 질문을 받으면 서른을 넘어선 제자들부터 20대 초반의 제자들 얼굴까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그들의 각양각색의 삶이 구체적으로 떠오르고 나면 더욱 함부로 입을 열기 어려워진다.

직종으로 보자면 문화예술 분야나 시민단체, 사회적 경제, NPO(비영리단체) 분야가 많은 편이다. 유학을 간 친구들도 있고, 간혹 공무원이나 회사원도 있다. 길을 찾는 중이지만 남들 보기엔 백수처럼 보이는 친구들도 많다.

그러나 직업의 종류만으로 그들의 삶에서 ‘대안성’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우선 수시로 그들의 직업이 바뀐다. 몇해 전 졸업생 당사자 몇명이 졸업생 현황을 파악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그만두었다. 조사하는 동안에도 계속 바뀌는 그들의 직업을 일일이 연구에 반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불안정한 20대라 그렇기도 하지만 대안학교 졸업생들의 특성이 그렇기도 하다. 기존의 것에 순응하기보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어 하는 성향이 강한 편이다. 기획자, 창작자가 많은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세상은 넓고, 재밌는 일은 많고, 기술에 따라 새로운 직업이 수도 없이 생겨난다.

또 하나 대안학교 졸업생을 제대로 연구하기 어려운 점은 그들의 대안성은 ‘형식’보다 ‘내용’에서 드러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제자들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떤 일을 하고 있느냐보다 그들의 생각과 삶을 대하는 태도 속에 더 대안교육의 냄새(?)가 스며들어 있다고 느낀다. 손님에게 거짓말을 종용하는 대표의 지시를 거절하고 사표를 낸 음악사 직원이나, 노래방에서 여직원들에게 치근대는 상사 때문에 회식 보이콧을 선언한 공무원이 그렇다. 어쩌면 대안교육이 기르고자 했던 인간상은 적절히 눈감고 세상에 적응하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의 불의와 불화하는 프로불편러가 아닐까 싶다.

도농을 연결하는 청년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한 제자는 자신이 ‘모범적인 대안의 길’을 걷는 사례로 손꼽혀 이런저런 자리에 초대되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드러냈다. 자신의 삶으로 대안교육의 훌륭함을 증명해내려는 분위기가 부담스럽다고 했다. 그 불평 속에는 무엇이 대안적인 삶인가, 하는 고민도 있다. “일찍 결혼해서 두 아이 엄마가 된 동기 ○○의 삶은 대안적이지 않은가요?”

‘대안적인 교육’은 ‘대안적인 삶’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대안학교가 포스트 중등과정을 만들기도 하고, 마을 안에 졸업생들을 위한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그 일환이다. 그러나 밥벌이의 엄중함을 모르지 않을 터, 자리이타(自利利他)의 원칙을 지킨다면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간들 어떠랴. 

다만 긴 일생에서 ‘무엇이 대안인가’ 하는 질문을 놓지 않기를, 불투명함이 삶의 본질임을 깨닫고 일렁이는 불안에 몸을 맡기며 씩씩하게 살아가기를 바랄 뿐이다.

<장희숙 교육지 ‘민들레’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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