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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일년 중 반이 지났다. 누군가에게는 찰나의 순간이고 누군가에게는 억겁의 시간인 한 학기였을 것이다. 교사들은 학생교육이라는 공동의 과제를 함께한다. 교사들이 살면서 매일 부딪히는 여러 일에 묻혀서 학생의 성장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한 학기라는 시간의 토막을 함께 보낸 이들이 잠시 멈춰서 돌아보는 일이 중요하다.

교사들에게 학생들이 마주칠 때마다 웃는 얼굴로 인사하는 순간, 수업시간에 경청하고 같이 힘을 모아 과제를 해결하는 순간, 시간과 관심을 쏟아 이야기를 들었을 때 달라지는 아이들을 마주하는 순간, 실수를 했을 때 함께 이야기하면 인정하고 쑥스러워하며 미안해하는 순간은 찰나로 지나간다. 학생들이 새잎에서 잎이 무성한 나무로 커가는 순간은 매일의 만남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교사들이 함께 살펴보는 시간이 중요하다. 나 혼자는 못 보았던, 학생들의 조금씩 보이는 성장의 조짐을 같이 돌아보며 다음 학기에도 서로의 경험과 지혜를 모아서 함께 실천하고자 마음을 다지는 과정이 힘이 세기 때문이다.

학생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이 한 학기 동안 작은 성취 경험을 쌓았는지, 잘 배우고 있는지,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되었는지,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알게 되었는지, 다른 이들과 관계를 맺는 데 조금 익숙한지, 학급에서 서로 배려하며 생활했는지, 학교에서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은 무엇인지 등을 돌아보고 의견을 내는 경험이 필요하다. 학생회 주관으로 학생대의원회의를 통해 학급별 한 학기 학교생활에 대한 의견수렴을 통해 전체 의견을 모아서 교원들과 공유할 수 있다. 학부모도 학부모회 주관으로 한 학기 활동을 돌아보고 의견을 수렴할 수 있다.

학교마다 교육과정평가회나 교육활동협의회라는 이름으로 한 학기를 돌아본다. 한 학기 동안 수업과 생활교육에서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을 나눈다. 부서별 업무활동은 효율적이었는지, 교육활동에 집중하는 조직운영이 되었는지, 학습공동체는 잘 이뤄졌는지, 교과별로 교육과정에서 서로 배울 점은 어떤 건지, 2학기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공유하고 협의한다. 학교에는 학교평가위원회라는 필수 기구가 있다. 학기별 교육과정평가회는 학교평가의 전체흐름 속에서 운영하면 학교교육과정 운영이 실질적이고 연속적이 된다. 단위학교마다 학교평가위원회를 구성해서 교육과정, 수업, 생활교육, 조직운영 등 학교교육활동 전반에 대해 살펴보고 자료를 축적하고 학교교육력을 높이기 위해 매년 자체적으로 평가를 한다. 이전에는 상급기관이 학교평가결과를 단위학교의 성과를 측정하는 자료로 활용해 학교평가보고서를 화려하게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한 업무였고 담당자에겐 큰 부담이 되고 형식적 운영으로 흘렀다. 현재는 다행히 학교자체평가이다. 체험학습이나 축제와 같은 학교행사별 평가, 학기 말 교육활동평가, 학년 말 교육활동평가회 등 과정 중심으로 살펴본 내용을 중심으로 과정을 담아 차기에 개선점을 반영할 수 있다. 형식보다는 구성원들이 같이 고민해서 실제로 필요한 내용을 담아야 의미 있는 평가가 된다. 또한 평가위원회에 학생도 필수위원이다. 학생회와 연결해서 학생대표가 의견을 수렴해서 반영하는 과정을 보장해야 한다.

학교라는 공동체에서 학생과 교사가 태풍 같은 교감이 있었는지 가을이 되면 조금 잘 보이지 않을까 한다.

<손민아 | 경기 전곡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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