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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목·이호준·이청솔기자


ㆍ500만표차 승리에 도취 사회적 약자 안만나고 쓴소리하는 측근 없어

경향신문 설문에 답한 지식인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소통을 못하는 이유에 대해 △압도적 표차의 대선 승리 △지역적·계급적·정책적 편향 △고정되고 한정된 인력 풀(Pool) 문제를 지적했다. 

 

격주 라디오 연설 녹음을 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청와대 홈페이지 제공

우선 이 대통령의 기본적인 소통의 방식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달 30일 대통령의 이문동 재래시장 방문을 다룬 YTN 돌방영상 ‘살기 좋은 세상’편은 ‘MB식 소통’의 기본 문제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대형 마트 때문에 상권이 다 죽는다”는 상인의 호소를 듣지도 않고 다른 시민과 인사를 나누고, 한 구멍가게에서는 주인 말에는 답하지 않고 수행원들에게 ‘뻥튀기’를 사라고 권하는 이 대통령의 모습이 담겼다. ‘대형 마트 문제’를 계속 제기하는 상인들에게 “예전 내가 노점상할 때는 끽소리도 못하고…. 지금은 이야기할 데라도 있으니 좋잖아”라고 했다. “소통을 하려면 들어주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야말로 소통의 시작이고 소통의 전부다. 이 대통령은 말을 줄여야 한다”(임혁백 고려대 교수)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지금의 리더는 갈등의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 대통령은 1970년대 식으로 자신이 모두 이끌려고만 하고, 남의 생각을 들을 필요가 없다고 여긴다”며 “소통의 중요한 경로인 정당을 자신을 뒷받침하는 도구로만 여기니까 소통이 안 된다”고 했다. “소통은 무형의 업적인데 CEO 출신이다보니 유형의 업적만 추구하고, 반대하는 사람은 타도 대상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소통의 계급적 편향성도 ‘불통 인물’로 꼽혔다. 이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최근까지 전경련을 비롯한 대기업 회장단 등과의 만남은 이어갔지만 사회적 약자·소수자 특히 정부 정책 반대 그룹과는 대화 자체를 거의 하지 않았다.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정책 편향성’과 라디오 대화 등 방식의 일방성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소통은 사회 대부분의 사람들, 특히 서민들과 하는 것인데 특권층, 부자들을 위한 정책만 쓰기 때문에 소통이 안 되는 것”이라며 “라디오에서 사람들한테 말하는 것은 소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대선 당시 2위와의 압도적 표차의 승리도 ‘불통’의 근거로 제시된다. 한상진 서울대 교수는 “정치가 무서운 세계라는 것에 대한 경각심이 없고 자기도취적이다”이라며 “이 대통령이 너무 큰 표차로 승리한 게 문제다. 그것이 대통령의 입지를 현저하게 좁게 만들고 악화시켰다”고 말했다. 또 “검찰과 경찰을 장악하고 있다고 해서 한국사회를 장악하는 것은 절대로 아닌데, 너무 쉽게 과거의 권력기반으로 통치할 수 있다는 유혹에 빠지고 있다”면서 “지금 소통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파멸의 길로 갈 수도 있다”고 했다.

해동 성균관대 교수는 “합리적인 논거에 근거한 소통이 이루어질 때 도덕·규범의 타당성과 아울러 정치권력의 정당성도 주어진다”며 “그러나 지금 정권은 선거만이 권력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유일한 근거인 양 착각하고 500만표 차이를 자랑처럼 내세우면서 소통을 단지 겉치레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도 “대통령에 당선되면 모든 것을 위임받은 것으로 생각하는데, 국민 의사를 반영하지 않거나 반대에도 밀어붙이는 사이비민주주의라 할 수 있는 ‘위임 민주주의’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재규 자율교육학부모연대 공동대표는 “이명박 대통령 측근에 있는 인력들이 너무 좁아 선거 때 이 대통령 주위에 맴돌던 사람들을 바꿔가며 쓰고 있다”며 “주위 측근들이 만날 좋은 얘기만 해주니 그 밖의 세계가 보이지 않고, 국민과 소통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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