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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사기자 ro@kyunghyang.com
ㆍ‘안전한 파트타임’ 법적 보장 실업률 14%에서 4%대로
그러나 불과 10년 후 네덜란드는 또다시 주목을 받게 된다. 이번엔 ‘병’이 아니라 ‘기적’이란 별칭을 얻었다. 83년 14%에 달했던 실업률이 97년 6%가량으로 낮아졌다. 유럽연합 회원국 가운데 그즈음 10년간 실업률을 떨어뜨린 국가는 네덜란드뿐이었다. 이후 네덜란드의 노동과 경제시장은 호황기로 접어들었다. 그 기조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2008년 현재 네덜란드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5만여달러. 실업률도 2009년 4월 현재 4.6%에 불과하다. 고용률 역시 70%를 상회한다. 무엇이 네덜란드를 세계 각국이 주목하는 ‘우량 국가’로 만들었을까.
네덜란드에서 시간제 근무는 일반적 고용형태다. 시간제 노동자들의 수는 압도적이다. 2009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연보에 따르면 네덜란드의 시간제 노동비율은 36%에 이른다. 시간제 노동비율이 높다고 알려진 미국(12.6%), 일본(18.9%)보다도 월등히 많다. OECD 국가 중 단연 1위다.
80년대 초반 네덜란드는 강력한 고용증가 정책을 실시했다. 초점은 같은 수의 일자리를 더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일자리 재분배였다. 시간제 노동은 이러한 일자리 재분배에 기여했다. 시간제 노동의 비율은 79년 16.6%에서 96년 36.5%로 급격히 높아졌다.
여기엔 96년부터 시행된 ‘근로시간에 따른 차별 금지법’이 큰 역할을 했다. 이 법은 사용자가 차별에 대한 객관적이고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한 근로시간의 차이로 고용계약의 체결·연장·해지 때 차별을 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또 상용 노동자와 시간·기간제 노동자 간 급여·보너스·휴가·훈련 등의 차별도 두지 못하게 했다. 이에 따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일하는 시간의 차이에 따라 급여의 차이는 생기지만, 그 외엔 정규직 노동자와 동등한 권리를 얻게 됐다.
2000년엔 ‘근로시간 조정법’이 도입됐다. 노동자가 근로시간 단축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 내용이다. 특정조건 아래 기존 고용계약의 조건도 일방적으로 변경할 수 있다. 이는 2001년 발효된 ‘일과 가정 양립법’의 일부로, 특히 남성 노동자들의 시간제 노동 증가에 한몫했다. 이 같은 법의 제정으로 네덜란드의 시간제 노동자는 지속적으로 많아지는 추세다.
네덜란드 모델 역시 덴마크와 같이 ‘유연 안정성’ 모델로 불린다. 덴마크와 다른 점은 정규직의 해고가 쉽지 않은 대신 비정규직의 노동권을 정규직과 같은 위치로 상승시켜 노동시장의 안정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정규직 고용보호 수준은 전통적으로 높았다. OECD에서 발표하는 고용보호 지수를 보면 정규직의 경우 90년대 초반부터 2008년까지 3점에 가까웠다. 덴마크의 경우 그 절반인 1.6점 정도에 불과하다. 고실업과 저성장의 위기 속에서 네덜란드는 정규직 해고에 관한 노동법 개정은 하지 못했다. 반대에 부딪힌 탓이다. 대신 비정규직의 고용을 더욱 원활하게 하고 노동법과 사회보장법 개혁을 통해 비정규직의 보호를 강화했다.
이는 사회보장제도가 잘 갖춰져 있기에 가능하다. 기초적인 소득 보장수준이 높다는 이야기이다. 네덜란드 역시 덴마크와 같이 실업급여가 높다. 일할 때의 70%를 받는다. 실업자의 소득보장을 위한 정부지출 또한 2005년 기준 유럽 27개국 가운데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
80년대 위기 이후 형성된 ‘유연 안정성’에 대한 사회 파트너 간 신뢰와 대타협, 탄탄한 노사관계도 필수적 조건이다. 대타협은 네덜란드 노사가 82년 11월 헤이그 근교의 바세나르 시에서 맺은 ‘바세나르 협약’에서 비롯한다. 바세나르 협약은 노사가 자율적으로 협조적 노사관계를 구축한 최초의 협약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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