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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6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한국판 뉴딜’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과 디지털 경제의 확대 등 경제구조적 변화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해 경제구조 고도화와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을 이룬다는 것이 목표다. 이후 정부는 뉴딜 추진 TF 킥오프 회의와 전문가 간담회까지 개최했다. 6월 초 세부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그린 뉴딜에 관한 내용도 포함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우선 발표한 한국판 뉴딜은 3대 프로젝트, 즉 디지털 인프라 구축, 비대면 산업 육성, 사회간접자본(SOC) 디지털화로 구성되어 있다. 정부 발표 이후 지자체 역시 여기저기 뉴딜이란 이름을 들고 나오고 있다. 게다가 정부 출범 초부터 시작된 도시재생 뉴딜도 진행 중이다. 소위 ‘뉴딜 전성시대’인 것이다. 물론 한국판 뉴딜이 우리 경제 체질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추진방향만 봤을 때 좌표를 잃고 있는 4차 산업혁명 및 혁신성장 정책과 비슷한 냄새를 지울 길이 없다.
한국판 뉴딜은 문재인 정부뿐 아니라 전 정부에서도 녹색성장, 스마트 뉴딜 등의 이름으로 추진되었다. 이러한 정책들이 비판을 받는 이유는 추상적 목표, 목표와 수단 간의 미스매치 때문이다. 또 재벌대기업과 토건 중심의 경제구조 개혁이 동반되지 않아 실효성이 없었고, 재정 낭비 역시 심각했다. 문재인 정부의 3대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이 그 발판 역할을 하는 공정경제 정책의 미비로 빛을 잃어 버린 것같이 이번 뉴딜정책 또한 같은 전철을 밟을 우려가 크다.
글자만 바꿔 새로운 정책인 양 포장하는 관료적 발상으로는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 뉴딜을 하겠다면 우리 경제 문제를 면밀하게 분석해 코로나19로 더욱 심화될 수 있는 경제 양극화를 줄이기 위한 노동과 재벌 개혁, 사회보장 강화 등 제대로 된 종합적 개혁방안도 함께 담는 것이 바람직하다. 디지털에 강점을 두겠다면 최소한 기술 탈취라도 방지할 수 있는 징벌배상제와 디스커버리제도라도 넣어야 할 것이다. 그러지 못할 경우 n번방 방지를 내세워 통신요금인가제를 폐지시키는 것같이, 뉴딜이란 미명하에 또다시 재벌들의 숙원사업 시행과 규제완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경제구조 고도화와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이 아닌 물리적 외형만 추구하는 디지털 토건사업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 개혁이 빠진 뉴딜이라면 단순 재정사업이자 재난 자본주의로 갈 가능성이 크다.
최근 미국과 중국, 한국과 일본 간의 무역분쟁,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우리 경제상황은 불확실성과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앞으로 더 큰 충격이 올지도 모른다. 혁신성장 정책과 비슷한 뉴딜로 포스트 코로나 대응을 할 수 있을지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정책실장, 경제수석은 다시 한 번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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