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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사고가 난 지 34년이 지났지만 체르노빌 원전 반경 30㎞ 이내 지역은 지금도 사람이 거주할 수가 없다. 원전 반경 20~30㎞는 원전사고 시 주민 대피와 보호 조치가 이루어져야 할 최소한의 지역으로 방사능방재법에 ‘방사선비상계획구역’으로 규정되어 있다. 원자력안전법에 의해 원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과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에 대해 ‘방사선비상계획구역’ 내 주민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월성원전 방사선비상계획구역 내에는 경주, 포항을 합해 약 5만6000명의 주민이 거주한다. 인근에도 울산 주민 102만명이 산다. 그런데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재검토위원회)는 울산 주민을 배제하고 경주 주민만을 대상으로 월성원전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건설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를 강행하고 있고, 울산 북구 주민들은 6월5~6일 민간 주도로 주민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이루어진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와 ‘고준위폐기물 관리정책’에 문제가 많았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문재인 정부에서 이를 백지화하고 전면 재검토하기 위해 구성된 것이 ‘재검토위원회’다. 그런데 재검토위원회는 위원회 구성에서 지역주민과 시민단체를 배제해 출발부터 공정성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 1월 재검토위원회 전문가 검토그룹 34명 중 11명이 재검토 과정이 요식행위에 그치고 있다며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중단을 촉구하며 검토그룹 탈퇴를 선언했다.
많은 비판을 외면하고 산업통상자원부와 재검토위원회는 일정을 강행해 4월17일부터 ‘전 국민 대상’으로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의 부지 선정에 대해, ‘원전 소재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 추가 확충 여부에 대해 각각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했는데 이 내용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리고 ‘전 국민 대상’ 의견수렴을 한다면서 시민참여단 549명을 선정했다. 재검토위원회는 시민참여단에게 ‘조사에 관한 모든 사항을 누설하지 않고 엄격하게 비밀을 준수할 것을 서약한다’는 보안서약서를 요구했다.
재검토위원회는 ‘원전 소재 지역주민’ 대상 의견수렴을 한다면서 고리원전의 경우 원전 소재 지역인 ‘기장군’ 주민만을 대상으로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고리원전 방사선비상계획구역 안의 울산 주민 102만명을 배제한 것이고 해운대구 등과 경남 지역주민도 배제한 것이다. 강정민 전 원자력안전위원장은 국회 강연에서 고리원전 3호기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한반도 절반이 방사성물질에 피폭되고 최대 약 2400만명이 피난해야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용후핵연료는 이렇게 위험한 것이다.
그런데도 한수원 홍보물은 사용후핵연료를 커피를 내리면 나오는 원두 찌꺼기에 비유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주어지지 않았고 이해관계 당사자의 참여가 공정하게 보장되지 않은 재검토위원회의 사용후핵연료 엉터리 공론화는 중단돼야 한다.
<김영희 | 변호사·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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