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 라임 시리즈로 유명한 제프리 디버의 소설 에는 한 여성이 한 사이코의 범죄 타깃이 되는 장면이 나온다. 여성의 블로그에 나오는 모든 정보를 퍼즐로 맞힌 그는 술집에서 그 여성에게 먼 친척을 가장해 접근, 차로 유인·납치한 다음 섬뜩하게 말한다. “난 너에 대해 잘 알고 있어, 그야말로 모든 걸 말이야.” 한 휴대폰 대리점에 일렬로 긴 줄이 서 있었다. 5000원짜리 액정화면을 무료로 갈아 끼워주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액정화면이 여기저기 긁힌 터라 바꾸려고 줄을 섰다. 그런데 액정을 갈아 끼운 젊은이가 대리점 직원이 준 종이에 개인정보를 적는 광경을 목격했다. 개인정보를 거부감 없이 얻어내는 대리점의 상술에도 놀랐지만, 그것을 알고도 아무렇지 않게 줄을 서서 5000원짜리 액정화면과 개인정보를 바..
박경신 | 고대법학전문대학교 교수 최근 SK브로드밴드(구 하나로텔레콤)가 2008년 고객 600여만명의 개인정보를 마케팅사에 유출한 사건과 관련해 우선 2만여명에게 26억원이 넘는 손해배상금을 지급했다. ‘개인정보를 동의없이 이용(전용)하거나 제3자에게 공개해서는 안된다’는 법리가 우리 생활속에 각인되기 시작했다는 사례다. 그러나 이 같은 현실 인식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이 일상적으로 일어날 위기가 새롭게 나타났다. 바로 이통사들의 본인확인 서비스 제도 때문이다. 이통사들이 휴대폰 개통 시 고객들로부터 받은 이름과 주민번호를 이용해 여러 인터넷 업체들에 이용자 신원확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인터넷 업체가 이용자 신원확인을 위해 직접 이용자의 주민번호와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