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몇 오라기 수염은 더 돋았지만(忽然添得數莖鬚)/ 여섯 자 키는 도무지 더 자라지 않는군(全不加長六尺軀)/ 거울 속 얼굴은 해마다 달라져도(鏡裡容顔隨歲異)/ 철부지 같은 마음속은 지난해의 나 그대로(穉心猶自去年吾)”(박지원, ‘원조대경’(元朝對鏡·설날 아침에 거울을 보며)) 아차 하는 사이에 새해 하고도 또 며칠이 지났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에는 일말의 진실이 있다. 새해 첫날에 먹은 마음이 벌써 옅어지는가 싶어 부끄러움을 느끼며 떠올리느니 박지원(朴趾源·1737~1805)의 시다. 박지원은 스무 살을 맞은 설날 아침 거울 앞에 앉았다. 그러고는 위의 시를 읊었다. 새해가 밝았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결심만으로 새로워질 일상은 없다. 시간은 천체의 운행을 따라 흐를 뿐이다. 사람은 구체적..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지만 방역당국의 늑장대처로 농가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전남 해남과 충북 음성에서 처음 발생한 AI는 수도권과 중부 내륙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전국 최대 닭 산지인 경기 포천의 산란계 농장에서 검출된 AI 바이러스가 고병원성으로 확진됐다. 제주와 영남지역을 빼놓고 전국을 휩쓸고 있는 AI로 살처분된 닭과 오리만 100만마리에 육박한다. 이번 AI 바이러스는 종전 H5N1형과 달리 전염성이 강하고 폐사율도 높은 H5N6형이다. 아직까지 농가 간 전염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농가끼리의 2차 전염도 시간문제라고 한다. AI의 확산은 방역당국의 늑장대처 탓이 크다. 농림축산식품부는 AI가 처음으로 확진된 지난 17일 이후 1주일간 손을 놓고 있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