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산업청 비리는 이적 행위다.” 이런 말을 현직 대통령에게서 들을 줄이야! 오랜 세월 동안 “이적”은 ‘저들’의 전유물이었다. 부메랑을 돌려준 기분이랄까. 분단 체제에서 이적 행위 담론은 참으로 손쉬운 통치 전략이었다. 주지하다시피 군사(軍事)와 국방 관련한 비리는 규모도 규모거니와 사실 파악이 어렵다. 전문가주의가 비밀주의로 둔갑해 접근 자체를 이적 행위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우리 군이 그토록 부러워하는 ‘세계 최강’ 미국은 다르다. 그들의 국방백서는 글자 그대로 숨김없는 ‘화이트 페이퍼’이다. 미국은 국방정보국(DIA·Defense Intelligence Agency)을 통해 복잡한 무기체제 데이터부터 해외 군사 리더의 생애 정보까지 다양한 정보를 시민에게 제공한다. 미국은 민간인만..
지난 5월24일, 한 해군 대위의 자살 소식이 전해졌다. 민간인 친구에게 “상관으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말한 사실이 확인됐고, 자살 다음날 바로 상관인 대령은 준강간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그리고 그 다음날에는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해군의 대응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신속하고 거침이 없다.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을 생각하면 해군의 신속한 대응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뭔가 미심쩍다’는 의심을 떨치기 어렵다. 보도에 따르면 자살한 대위가 발견된 경위는 ‘연락이 끊긴 채 출근을 하지 않아 동료들이 대위의 집을 찾아갔다가’이다. 단순히 연락이 안되고 출근하지 않는다고 ‘동료들’이 집까지 찾아가는 일은 아무래도 상식적이지 않다. 유서도 없었는데 민간인 친구에게 털어놓았다는 얘기만으로 가해자를 특정하고 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