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십 년도 더 한결같이 비정규직 철폐 싸움을 하고 있는 기륭전자 노동자들을 ‘가노을빛’ 그런다. 가노을빛이라니…, 서로 사랑하고 있건만 만날 길이 없어 한 번도 속내를 내대보질 못하다가 문뜩 들녘에서 마주쳤을 때 저도 모르게 바알갛게 달아오르는 얼굴빛을 일러 가노을빛 그런다. 그 빛은 그 어떤 하늘빛하고도 다르다. 들녘의 갖가지 꽃닢하고도 달라 그림으로도 아니 드러나는 빛이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간직하고 있고 따라서 절로 피울 수도 있는 빛이라, 그 누구도 이를 짓이겨선 안 된다는 순결과 거룩의 상징이다. 그러니까 2008년 캄캄한 새벽녘이었다. 송경동 시인으로부터 기륭전자로 와달라는 전화가 왔다. 어제도 갔었는데 또? 송 시인의 숨이 먼저 넘어가는 듯해 달려가니 그 캄캄한 새벽에도 눈이 어지러웠다...
사람 사는 세상에는 늘 모순이 있고 갈등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사 간의 갈등은 불가피하고 그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으로서 노사분규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 갈등과 분규가 우리 사회의 기본 상식과 배치된 채 지속적으로 해결되지 못하고 장기화하는 경우다. 이 경우 우리는 사회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사회적 합의라는 방식으로 갈등을 해결해 온 경험이 있다. 기륭전자 문제도 그런 것이었다. 대부분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인 저들에게 문자 메시지로 해고 통지가 날라 온 것이 지금부터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는 2005년이었다. 해고 사유가 될 수 없는 잡담 등이 이유였다. 최소한의 인간에 대한 예의조차 저버린 사측에 노동자들이 분노한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후 1895일간의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