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작년에 아이들과 함께 이란 학생의 난민 인정을 도운 교사 오현록입니다. 지금의 가혹한 난민 심사 시스템을 고발합니다. 앙골라 출신 루렌도 가족은 인천공항에서 100일 넘게 노숙 중입니다. 고작 난민 심사 기회를 얻기 위해. 공항에서 난민 신청한 사람의 10%만 난민 심사에 부쳐집니다. 난민 심사 영상기록을 요구한 이집트인 난민은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법정에 낼 자료를 요구했는데 경찰에 연행된 것입니다. 난민 신청 중이어서 6개월간 취업이 금지된 키르기스스탄 국적을 지닌 소녀의 가족 5명은 생계비 한 푼 없이 6개월을 버텨야 합니다. 교복값이 없다던 이 소녀 가족이 어떻게 살아내고 있는지 저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법무부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난민 인정률은 4%입니다. 신청자 셋 ..
영화 이 지난주 관객 10만명을 넘었다. 화려한 캐스팅과 세련된 마케팅이 스크린을 앞뒤에서 밀어주는 상업 영화가 아닌 이른바 ‘다양성 영화’로서는 의미 있는 숫자다. 영화는 가난한 부모가 출생등록을 하지 않아 서류상으로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12세 빈민가 소년의 삶을 통해 빈곤과 난민 등 우리 사회에서 감추어진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작년 프랑스 칸(Cannes)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 후보에 오르고, 영화가 끝나기도 전에 역대 가장 오랜 시간이라는 15분의 기립박수 기록을 세운 영화 에는 전문 배우가 아닌 실제 영화 속 등장인물과 비슷한 삶을 살아온 평범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주인공 역할을 맡은 소년은 실제 현실에서도 합법적인 신분이 없었던 시리아 난민 소년이었고, 다른 배우들도 실제 난민이거나..
지난달 나는 4·3 발발 70주년 관련 행사 때문에 제주에 있었다. 공항에서 생활정보지를 집었는데, 어느 시인이 쓴 ‘거리의 복면가왕’이라는 글이 놀라웠다. 올레꾼의 복면(覆面) 복장을 비판하는 글인데, 마지막 부분이다. “스페인에서는 마스크를 쓰면 나병 환자 취급을 한다고 들었다. 오스트리아는 공공장소에서 부르카를 비롯하여 얼굴을 가리는 복장을 법으로 금지한다. 아무리 제 잘난 맛에 산다지만 보는 이들이 혐오감을 느낀다면 삼가는 것이 미덕 아닐까.”(‘교차로’ 6월25일자, 5569호). 일단, 위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유럽에서 한센병 환자를 경원시하는 문화는 구약성서의 영향 때문이고, 복면 금지는 KKK단처럼 약자를 린치하는 집단을 단속하기 위해서였다. 부르카 금지는 보는 사람의 혐오감 때문이 아니..
이방인에 대한 두려움이 이상한 것은 아니다. 핍박받는 이방인을 돕는 걸 자랑스러워했던 아테네인들도 오이디푸스가 변방의 마을 콜로노스에 도착했을 때 이렇게 말했다. “당장 이 나라를 떠나시오. 그대가 우리 도시에 큰 짐을 지우기 전에 말이오.” 오이디푸스에 대한 끔찍한 소문을 먼저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테네인들은 재앙에 대해 오이디푸스한테 직접 들은 후에는 그를 받아들였다. 오이디푸스의 운명에 다가가기를 주저하면서도 그를 보호할 용기를 낸 지도자 테세우스가 한 말이 인상적이다. 그는 자신 또한 한때 ‘이방인’이었으며 내일이 어찌 될지 모르는 한낱 ‘인간’이라고 했다. 이방인을 환대한 주인은 어제 이방인이었음을 기억하는 사람이며, 내일 다시 이방인일 수 있음을 인식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사실 그가 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