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었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선례가 하나 생겼다고 생각한다. ‘시민혁명’이라는 말이 여기저기에서 들려오지만, 과연 사태가 이런 정의에 부합하는 것인지 논의를 아껴둘 필요가 있다. 김수영의 시 구절처럼, 혁명은 되지 않고 방만 바꾸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혁명은 불현듯 오는 것이고 가시적인 힘들을 통해 항시 드러나는 것도 아니다. 혁명은 “밤에 지나간 배”처럼 조용히 온다. 혁명은 평소에 비정상적인 것이라고 규정된 것들이 무한하게 분출하는 정황이기도 하다. 이런 혁명의 모양새에 비추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지극히 정상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너무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 당장 혁명은 이루어지지 않고 방만 바꾸는 일이 있더라도 지금은..
오늘은 대한민국 운명의 날이다.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 표결에 부쳐진다. 만약 이 안이 가결되고 장차 헌법재판소를 통과하면 박근혜 대통령은 최초의 탄핵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실로 오랜만에 우리나라에서 정의가 승리하는 장면을 국민이 목격하게 된다. 세월호 유족들은 먼저 간 자식을 생각하며 눈물 흘릴 것이다. 토요일 촛불집회에서는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 되는 민주주의의 실현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그 뒤 정국이 어디로 흘러갈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형국이 될 수밖에 없다. 조기 대선이 현실화하면서 여러 후보가 대선의 급류에 휩쓸려 들어가는 것은 불문가지다. 개헌 주장도 더러 나오겠지만 현 국면에서는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에 불과하다.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