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속담과 같이 많이 쓰이는 것이 ‘가을볕(밭)에는 딸을 내보내고 봄볕(밭)에는 며느리 내보낸다’입니다. 이미 결혼한 며느리는 흉하게 타든 말든 괜찮지만 장차 시집갈 자기 딸은 얼굴 곱게 타야 하니까요. 이렇듯 같은 딸이라도 자기 딸을 더 챙기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어디 안 갑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배 썩은 것은 딸 주고 밤 썩은 것은 며느리 준다’가 됩니다. 아들 주느라 온전한 배는 못 줘도 그나마 썩은 부위 도려내면 먹어볼 거 많은 건 딸 줍니다. 하지만 밤 썩은 건 아휴, 먹잘 게 없습니다. 이런 입 챙김에서 손 챙김으로 넘어가면 ‘죽 설거지는 딸 주고 비빔 설거지는 며느리 준다’로, 수고로움에도 차별이 공공연하게 드러납니다. 식구(食口)란 한솥밥 먹는 사이를 말합..
행복한 가정은 대개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사연을 품고 있다고 했던 톨스토이의 글을 흉내 내자면, 명절 한국 가정의 모습 또한 불행의 디테일은 다르지만 행복의 표정은 대체로 비슷하다. 과일 박스와 선물 꾸러미를 들뜨고 그리운 마음과 함께 실은 출발은 산뜻하다. 극심한 정체가 계속되고 ‘가다 서다’가 인내의 한계를 시험하는 시간이 오면 그것은 그것대로 왠지 우리가 헤쳐가야 할 숭고한 고난의 길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중간중간 부모님께 보란 듯 정체 상황을 보고할 때는 ‘이렇게까지 하면서 우리가 갑니다’라는 생각도 들고, 1년간 다하지 못했던 효도를 속죄하고 빚을 탕감받는 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다. 그렇게 닿은 고향집의 문턱에서 반가움을 짐과 함께 부리고 나면, 이제 목표는 그 집을 탈출하는 것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