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물러나면 헌정(憲政)이 중단되는가? 대통령 스스로의 결단에 따라 물러나는 소위 하야든, 탄핵을 받아 물러나든, 두 경우 모두 헌정중단은 아니다. 헌정은 쿠데타 등에 의해 헌법과 법의 적용이 멈출 때 중단된다. 대통령이 물러나더라도 국가작용이 헌법과 법에 따라 행해진다면 헌정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원래 헌정이란 입헌정치, 즉 헌법에 의거한 정치다. 따라서 근대 헌법의 핵심인 국민주권주의, 법치주의, 기본권 보장, 그리고 권력분립의 원리가 지켜지는지가 헌정 계속의 판단기준이 된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대통령이, 국민의 뜻이 아닌 최순실의 뜻에 따라, 법과 절차를 어기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정치를 함으로써 헌정이 파괴되었다. 지금까지 대통령 본인이 담화를 통해 인정한 것이나 여러 언론보도,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본질은 선출된 국가권력인 대통령이 공적 절차 없이 사적 인연으로 그 권력을 사적 개인들에게 위임한 것이다. 국가권력의 사적 소유에 맞서는 좌우파의 공적 분노가 다시금 시민혁명으로 폭발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의 퇴진’이 이 시위의 일차 목표다.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목표를 이룬 그 다음의 준비도 필요하다. 한국의 사회운동은 그 다음에 약했다. 4·19혁명은 5·16쿠데타를 막지 못했고, 1987년의 민주혁명은 5년 단임의 직선 대통령제로 환원되었다. 대안적인 정치경제체제를 설계할 실력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운동을 정치로 번역할 수 있는 능력도 현저히 부족했다. 민주주의에 대한 진정성이 실력을 대체할 수는 없다. 역설적이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