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어제 전국위원회를 열어 당명을 자유한국당으로 바꿔 새 출발을 선언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당을 쇄신한다며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꾼 지 5년 만에 다시 문패를 바꿔 달았다. 비선 실세와 함께 국정을 문란케 해 국회에서 탄핵이 가결된 박 대통령과 선긋기를 하면서 당 쇄신을 강조했다. 이정현 전 대표가 장기간 사퇴를 거부해 지탄을 받은 것을 의식, 당 대표 및 선출직 최고위원에 대한 당원소환제도도 도입했다. 그런데 여당이자 원내 제2당의 새 출발을 선언했으면 시민들이 주목해야 할 터인데 영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 그동안 저지른 과오에 대한 반성을 토대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이 하는 양을 보면 과연 시민을 존중하고자 하는 마음이..
“여자 나이 50부터 황금기야. 손자들 키워달라고 자식들이 매달리기 전까지가 누려볼 수 있는 마지막 자유시간이라니까….” 직장 다니는 딸 대신 손자들 돌보느라 여념이 없는 이웃의 선배 아주머니가 하신 말씀이다. 그런데 그 좋다는 ‘여자 나이 50’을 넘기는 2016~2017년, 나는 젊은 날 이후 잊고 지냈던 나의 ‘여성성’에 대해 새삼 고민하게 됐다. 나를 ‘50세 고민녀’로 만든 데 불을 댕긴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대한민국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고 해서, 여성으로서 티끌 한 점 뭘 더 누려본 기억이 없는 내가 추운 겨울 박 대통령의 파면을 위해 광화문광장에 촛불을 들고 앉아 있어야 하는 상황까지는 기꺼이 견딜 만한 것이었다. 그러나 집회에서 사회자가 박 대통령을 두고 “잡×”이라고 성별..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을 늦추기 위해 갖은 꼼수를 부리고 있다. 박 대통령 측은 어제 헌재에서 열린 탄핵심판 8차 변론에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무려 39명의 증인을 추가로 신청했다. 검찰과 특검의 조사 결과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관련자들을 직접 불러 얘기를 들어보자는 것이다. 증인 1명 심문에 적어도 1시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재판이 2주 이상 늘어질 수 있다. 그런데 김 전 실장이나 우 전 수석은 이미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모든 사안에 ‘모른다’고 답한 인물들이다. 헌재 출석 요구를 받은 청와대 ‘문고리 3인방’도 모두 불응했다. 나라가 결딴나든 말든 조금이라도 더 대통령 자리에 앉아 반전의 기회를 노리겠다는 속셈이다. 대통령으로서의 품위나 주권..
중국에 불파불입(不破不立)이라는 말이 있다. 파괴가 없으면 새로운 건설도 없다는 의미이다. 지금까지 촛불혁명은 구체제에 균열을 내는 데 성공했다. 불립불파(不立不破)라는 말도 있다. 건설이 없으면 파괴도 없다는 뜻이다. 구체제에 균열을 내어도 새 체제 건설에 실패하면 죽 쒀서 개 주는 격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탄핵 결정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다음의 질문을 서둘러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해야 새로운 체제를 건설할 수 있는가? 여러 측면에서 말기적 증상을 보이는 소위 ‘87년 체제’를 새로운 체제로 전환시키는 길은 무엇인가? 87년 체제는 1987년 헌법을 제도적 기초로 하기 때문에 개헌이 이를 위한 주요 수단으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개헌안이 체제전환은 차치하고라도 정..
시절이 수상하다 못해 부끄럽다. TV조선, 채널A, MBN 등 종편에서 갑자기 대통령의 무능과 부패를 꾸짖는다. 특종 경쟁까지 점입가경이다. 낯설다. 좋다.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먼저 스스로 지금까지의 행태부터 반성해야 한다. TV조선에서 박근혜 불러놓고 ‘형광등 100개의 아우라’ 운운하던 건 어쩌고. 반성이 없으니 기회주의로만 보인다. 그런 처신으로 그들은 살아남을 것이다. 그러나 예전 같지는 못할 것이다. 이 지경에 이른 가장 큰 원인은 수구정치인들의 야합이다. 그들이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저지른 패악의 결과다. 해방 후 친일매국 부역세력을 청산하지 못해서 악의 뿌리들이 카르텔을 형성했다. 지금의 참담한 상황은 그 유산이다. 이번에는 반드시 그 뿌리까지 들어내고 뽑아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최순..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씨 의혹이 불거졌다. 최순실씨는 박 대통령의 오래전 멘토였던 고 최태민 목사의 딸이자, 박 대통령의 국회의원 초기 비서실장이었던 정윤회씨의 전 부인이다. 박 대통령과의 관계 이외에 특별한 직책이랄 게 없는 최씨가 지난해 말부터 미르, K스포츠재단을 잇따라 설립, 순식간에 대기업들로부터 800억원이라는 출연금까지 모았다는 게 의혹의 줄거리다. 이 과정에 안종범 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개입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야당들이 “제2의 일해재단(전두환 전 대통령이 퇴임 후 활동을 위해 설립한 재단)이고 박근혜 재단”이라며 진상규명을 벼르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청와대는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새누리당은 진상규명을 위한 관련자들의 증인채택에 반대하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