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만에 돌아온 집과 농장은 참 고요했다. 가을색은 더 깊어져 있어서 곱게 늙어가는 귀인처럼 애잔해 보였다. 서울에서 가장 크게 기억에 남는 것은 12일 밤 11시쯤 광화문광장 주무대에서 진행된 ‘시민자유발언’ 시간이었다. 전혀 가공되지 않은 생목소리들에 나는 압도당했다.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랐던 것으로 보이는 여성 연극인이 무대에 섰다. 주어진 3분 동안에 쏟아낼 말들은 너무 많았고 쌓인 울분은 산을 이루었다. 작품과 공연이 거부되었던 그 예술인의 피를 토하는 울부짖음은 얼굴 전체를 큰 눈물덩어리로 보이게 했다. 예술인들의 자유혼을 짓누르고 고통을 기획한 당사자들을 지목했다. 조윤선 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직접 거명했다.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노동자가 올랐다. 민주노총 조합원으로 보였..
민심은 앞으로 나아가는데 야당은 갈지자걸음이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어제 “진실규명 및 책임자 처벌에 집중하고 나머지 정치적 상상과 제안은 국민주권의 원리에 따라 국민이 결정할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너무 급하게 가도 안되고, 너무 서서히 가도 안된다. 민의와 함께 가야 한다”고 했다. 민심의 흐름을 좀 더 관망하겠다는 뜻이지만 뚜렷한 전략도 대책도 없는 무기력한 모습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시민들에게 버림받았다.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니다. 그는 최근 한 달 새 두 차례 대국민사과를 했고, 한 차례 국회를 제 발로 찾아왔다. 그동안 안하무인격 1인 통치를 해왔던 것에 비하면 상상도 못했던 장면이다. 모두 언론의 끈질긴 보도와 분노한 민심이 만들어낸 성과다. 여기까지 오는 데 야당이 한 일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