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두고 정부는 공론화위원회를 설치하고 공론조사를 실시하겠다고 한다. 지난 한 주 내내 상당수의 언론은 이 결정을 강력히 비판했다. 비판의 주요 논거 중 하나는 원자력과 같은 고도의 기술적 문제를 전문가가 아닌 시민들에게 맡길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여론조사 하나를 소개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직후인 2011년 5월 일본 아사히신문은 7개국에서 원전 관련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일본, 한국, 독일, 미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이다. 그런데 뜻밖에 사고의 당사국인 일본보다 독일과 한국의 조사결과가 훨씬 눈길을 끌었다. 독일은 원전 안전성에 대해 큰 걱정은 안 하지만 압도적으로 줄이자는 의견이고, 한국은 많이 걱정되지만 그냥 두자는 의견이었다. 알려졌다시피 독일은 그 이후 탈핵결정..
몇 년 전 이라는 책을 펴낸 적이 있다. 몇 년 치 신문 칼럼들을 간추려 정리한 보잘것없는 단행본인데 출간되자마자 질문이 쏟아졌다. 지구주의자는 어떤 사람을 지칭하느냐는 것이다. 사실 지구주의자는 환경운동가들에게도 익숙한 용어가 아니다. 영어권에서는 세계화주의자를 말하는 경우도 있고, 드물게는 성장지상주의에 맞서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지구주의자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인간은 지구의 일부이며 지배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사람, 그러므로 지구를 파괴하는 것은 곧 스스로를 파괴하는 것임을 자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구주의자가 될 수 있다. 이런 기준을 적용하면 자동차를 버리고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 자투리땅 텃밭에서 생명을 키워내는 도시 농부들, 옥상과 아파트 베란다에 햇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