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사는 마을의 위법적인 난개발을 막겠다고 나선 주민이자 환경운동가인 최병성 목사가 검찰로부터 징역 5년을 구형받았다. 산등성이를 깎아 난개발을 추진하는 업체의 일방적 주장을 검찰이 엄밀하게 검토하지 않고 받아들인 결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백보를 양보해도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댓글 사건’ 수사와 재판을 방해한 혐의를 받은 남재준 전 국정원장과 같은 형을 구형받을 정도로 최 목사가 큰 잘못을 했다고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나는 최 목사가 상을 받아야 할 사람이라고 믿는다. 나는 약 20년 전 언론사 기자 시절부터 최 목사를 알아왔다. 1990년대 후반 영월 동강의 댐건설 문제로 여론이 들끓었을 때 동강과 짝을 이루는 강줄기인 영월 서강 살리기 운동을 펼치는 최 목사를 처음 만났다. 그때 최..
얼마 전 아이가 그린 그림을 보고 깜짝 놀랐다. 바닷속 세상을 그린 그림이었는데, 물고기들의 집으로 고층 아파트를 그린 게 아닌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자라온 곳이 늘 아파트였으니, 아이가 ‘집’ 하면 아파트를 떠올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야생을 사랑하고 생태적 삶을 지향하면서 막상 아이는 아파트에 가둬 키우다니. 평생을 살아갈 정서의 토대가 유년기에 형성되는데, 삭막한 아파트에서 아이의 유년기가 끝나가고 있다는 사실에 나는 죄책감마저 느끼고 있었다. 도시를 박차고 시골로 간 사람들의 페이스북 담벼락을 부러움 가득한 눈으로 봐오던 내게도 드디어 기회가 왔다. 서울에서 먼 지역으로 이사할 일이 생긴 것이다. 불편함도 따르겠지만 ‘기회는 이때다’라고 생각했다. 기왕에 멀리 이사 갈 거면 시골에서 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