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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사는 마을의 위법적인 난개발을 막겠다고 나선 주민이자 환경운동가인 최병성 목사가 검찰로부터 징역 5년을 구형받았다. 산등성이를 깎아 난개발을 추진하는 업체의 일방적 주장을 검찰이 엄밀하게 검토하지 않고 받아들인 결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백보를 양보해도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댓글 사건’ 수사와 재판을 방해한 혐의를 받은 남재준 전 국정원장과 같은 형을 구형받을 정도로 최 목사가 큰 잘못을 했다고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나는 최 목사가 상을 받아야 할 사람이라고 믿는다.

나는 약 20년 전 언론사 기자 시절부터 최 목사를 알아왔다. 1990년대 후반 영월 동강의 댐건설 문제로 여론이 들끓었을 때 동강과 짝을 이루는 강줄기인 영월 서강 살리기 운동을 펼치는 최 목사를 처음 만났다. 그때 최 목사는 서강을 오염시키는 주범인 시멘트회사들의 무분별한 개발에 맞서고 있었다. 나는 당시 최 목사의 도움을 받아 서강의 오염 실태 등에 관해 크게 기사를 쓸 수 있었다.

2007년 미국 유학에서 귀국한 뒤에 만난 최 목사는 산업용 폐기물이 잔뜩 들어간 이른바 ‘쓰레기 시멘트’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활동을 하고 있었다. 당시 서울시 정책전문관으로 일하게 된 나는 최 목사의 도움을 받아 서울시에서 ‘쓰레기 시멘트’ 사용을 억제하는 정책을 입안할 수 있었다. 이후 최 목사는 이명박 정부 4대강사업의 문제점을 전국 곳곳을 돌며 고발하는 활동을 열정적으로 펼쳤다. 하지만 오랫동안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활동해온 탓에 건강이 악화됐다.

악화된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찾아들어간 곳이 지금 그가 사는 용인시 지곡동이다. 하지만 그는 쉬지 못했다. 각종 위법적인 방식으로 초등학교 옆 산등성이를 깎아 들어서는 시멘트혼화제 시설 건립 반대 활동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 그는 개발을 추진하는 업체 측으로부터 소송을 당했고, 검찰이 업무방해 혐의와 명예훼손 혐의로 그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나는 검찰의 판단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러 위법적 행위를 저지르고 행정기관과 주민들을 기만한 업체는 처벌받지 않고, 그런 업체의 잘못된 행태를 비판한 환경운동가는 중형을 구형받는다? 법리와 일반인의 법감정이 항상 같을 수는 없다고 해도 이번에는 그 괴리가 너무 크다.

업무방해 혐의부터 보자. 개발추진 업체의 자금을 받아 진행되는 국내 환경영향평가는 법적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주문자’의 입맛에 맞춰 진행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번 사건에서도 사업추진 업체 측에 유리하도록 환경영향평가가 이뤄진 정황이 여러 건 드러났다. 그런데 이에 대해 최 목사가 “허위로 환경영향평가서를 조작했다”고 주장한 것이 업무방해 혐의로 징역 5년을 구형받을 정도로 중한 범죄인가. 또한 일부 잘못된 사실(검찰 출신이 아닌 업체 대표를 검찰 출신으로 표현)을 포함했다고 해도 페이스북에 짧게 업체 측을 비판하는 글을 올린 것이 그토록 중한 범죄인가. 정말 그렇다면 대한민국 국민 중에 누가 자신의 마을에 비슷한 문제가 생겼을 때 문제를 제기할 수 있겠는가.

이처럼 검찰이 이번에 최 목사에게 구형한 형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하기 어렵다. 최 목사는 오히려 상을 받아야 한다. 그는 남들이 나서기 꺼리는 일을 아무런 보상도 바라지 않고 수십년간 해온 사람이다. 모두 합쳐 30여억원의 벌금을 요구하는 업체와의 소송전에 휘말려 지곡동 주민들은 큰 심적 압박을 느끼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열심히 싸웠던 최 목사는 육체적 피로와 심적 부담으로 피골이 상접할 정도로 말랐다.

그런 그에게 우리가 격려는 못할망정 이렇게 가혹한 형사처벌을 받게 해서는 안된다. 검찰이 지금이라도 잘못된 판단을 수정하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다면 검찰의 잘못된 판단을 법원이라도 바로잡아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많은 국민들이 최 목사를 응원해주길 바란다. 우리는 최 목사에게 빚진 게 너무 많다.

<선대인 |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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