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한국 정부가 혼자 감당할 문제가 아니었다. 어쩌면 한국 정부가 해결하겠다고 나설 일이 아니었다. 일본군에 강제로 끌려가 성노예 제도의 희생양이 된 여성은 26개국 출신 40만명 이상이다. 중국인 20만명을 포함해 독일·영국·미국 간호사 등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 최근의 연구 결과다. 따라서 일대일 양자협상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할머니들이 우리 문제부터 해결하지 않으면 일본과 국교를 단절하라고 요구한 것도 아니고, 국제사회에서 한·일 간에 합의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한 것도 아니다. 이런 국제적인 인권문제를 졸속 합의로 땡처리한 당사자가 1965년 한일협정을 강행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사실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어쩌면 그런 박근혜 전 대통령이어서 별다른 ..
문재인 정부가 2015년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 처리 방향을 9일 발표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당시 합의가 문제의 진정한 해결이 될 수 없다면서도 양국 간의 공식 합의였던 만큼 재협상은 요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일본 정부가 출연한 화해·치유재단 기금 10억엔은 한국 정부 예산으로 충당하되 기금 처리는 향후 일본과 협의하겠다고 했다. 일본에 대해서는 스스로 국제 보편 기준에 따라 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피해자들의 명예·존엄 회복과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 줄 것을 촉구했다. 정부의 발표문은 위안부 문제를 피해자 중심주의에 서서 장기적 과제로 다뤄 나가되 이 문제가 여타 한·일관계에까지 영향을 줘서는 안된다는 ‘투트랙’ 기조에 부합한다. 발표문에는 정부가 최종단계까지 고심을 거..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가 이전 합의보다 진전된 것이며 현실적으로 최상의 결과였다는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의 항변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서 결론짓도록 임무를 부여받은 사람 입장에서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이 문제의 본질과 한·일 합의의 근본적 문제점을 간과하고 있다. 위안부 문제는 ‘정치적 합의로 해결될 수 없는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이 문제를 정치적 협상으로 결말지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다는 것이 비극의 시작이며 위안부 합의의 근본 문제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집권 초기부터 ‘위안부 해결 없이는 일본과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턱없이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여자로서 이 문제를 바라보는 단심(丹心)의 표현이었을 수도 있고..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검토 태스크포스(TF)’의 보고서에 적반하장식 반응을 내놓았다. 위안부 문제 합의 당시 외교장관이던 윤 전 장관은 이면합의를 했으며 이를 은폐했다는 지적에 “비공개 부분을 대외발표하지 않았지만 다양한 계기에 국회, 언론 등에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어처구니가 없다. 그는 이면합의 의혹이 쏟아질 때 자신을 포함한 정부 전체가 “절대 없다”고 부인하지 않았나. 그는 “특히 소녀상 문제에 대한 이면합의는 없다”고 다짐했다. 위안부 합의에 ‘최종적·불가역적’이란 표현이 들어간 데 대한 해석도 가관이다. 그는 “외교적 합의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기본적으로 불가역적”이라고 말했다. 외교적 합의와 불가역이 동일시된다면 왜 불필..
외교부 장관 직속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가 2015년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에 대한 조사결과를 27일 발표했다. 조사결과를 보면 박근혜 정부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런 졸속적 합의를 서둘렀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 특히 위안부 문제 합의에 이면합의가 존재하며 박근혜 정부가 이를 은폐했다는 TF의 발표는 충격적이다. 한국 정부가 해외 소녀상 건립을 지원하지 않고, 위안부 피해자 관련 단체를 설득하며, ‘성노예’ 표현을 사용하지 말라는 일본 쪽 요구를 모두 수용했다는 내용이다. 위안부 합의 이후 일본이 소녀상 이전을 마치 한국이 합의한 것처럼 강하게 요구하는 등 적반하장식 공세를 펴온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잘못된 합의로 위안부 피해국과 가해국의 입장이 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