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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장관 직속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가 2015년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에 대한 조사결과를 27일 발표했다. 조사결과를 보면 박근혜 정부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런 졸속적 합의를 서둘렀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 특히 위안부 문제 합의에 이면합의가 존재하며 박근혜 정부가 이를 은폐했다는 TF의 발표는 충격적이다. 한국 정부가 해외 소녀상 건립을 지원하지 않고, 위안부 피해자 관련 단체를 설득하며, ‘성노예’ 표현을 사용하지 말라는 일본 쪽 요구를 모두 수용했다는 내용이다. 위안부 합의 이후 일본이 소녀상 이전을 마치 한국이 합의한 것처럼 강하게 요구하는 등 적반하장식 공세를 펴온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잘못된 합의로 위안부 피해국과 가해국의 입장이 뒤바뀐 셈이다.

합의에 ‘이 문제(위안부)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한다’는 표현이 들어간 과정도 어처구니가 없다. 한국 측은 일본의 사죄가 ‘되돌릴 수 없는 사죄’가 돼야 한다는 취지에서 먼저 이 표현을 요구했으나 어찌 된 일인지 협상 과정에서 ‘합의’의 불가역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맥락이 바뀌었다. 박근혜 정부의 역사인식 부족과 역량 미달이 초래한 외교참사나 다름없다. 외교부는 잠정 합의 후 불가역적이란 표현의 삭제 의견을 냈으나 청와대는 이 표현이 책임 통감 및 사죄 표명을 한 일본 쪽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청와대가 외교부에 “기본적으로 국제무대에서 위안부 관련 발언을 하지 말라”고 지시한 사실도 밝혀졌다. 

위안부 문제 합의가 피해 할머니들과의 소통 부족 등 ‘피해자 중심주의’를 외면한 사실도 확인됐다. 정부는 협상 진행 도중 피해자 쪽에 때때로 관련 내용을 설명하기는 했지만 최종적·불가역적 해결 확인이나 국제사회 비난·비판 자제 등 한국 쪽이 취해야 할 조치가 있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알리지 않았다. 사실상 할머니들을 속인 셈이다. 이와 관련, 여성가족부는 ‘화해·치유재단’이 피해 할머니들에게 위안부 문제 합의의 긍정적인 면만 부각시키고 현금 수령을 강권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 때문에 돈을 받은 사람과 받지 않은 사람으로 나뉘어 한·일 갈등 구도가 한국 내부의 갈등 구도로 바뀌었다.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는 굴욕적인 합의 내용과 비민주적인 과정을 봐서는 당장 폐기해야 마땅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재협상을 공언했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피해자 중심주의’를 줄곧 강조해왔다.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이번 TF 발표와 관련해 “한·일 합의 폐기를 추진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역사 문제는 단기적인 외교 협상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국제관계에서 강경대응이 능사가 아니라는 목소리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한·일관계와 북핵 공조도 중요한 문제이다. 역사적 정의·인권이라는 가치와 한·일관계의 개선이라는 현실적 과제가 부딪치는 상황에서는 조화를 추구하면서도 미래를 고려해야 한다. 당장 합의 파기냐, 합의 준수냐 양자택일을 할 것이 아니라 시민 여론을 수렴하며 숙의하는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 합의 준수를 압박하며 피해자인 양하는 일본에 대해서는 합의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태도 변화를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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