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1일은 유엔에서 정한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이다. 지금으로부터 50여 년 전인 1960년 3월21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샤프빌(Sharpville) 지역 경찰서 앞으로 사람들이 모여든다. 인종별로 거주지를 나눈 뒤 지정된 구역을 벗어나면 항상 ‘통행권’을 소지해야 한다는 인종차별 정책(아파르트헤이트) 을 반대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우리는 통행증이 없으니 모두 체포하라며 경찰서로 모여들었고, 어느새 그 숫자가 수천 명을 넘어섰다. 참여자가 늘어나면서 시위 분위기도 점점 격앙되었고, 경찰은 저공비행 전투기까지 동원한 해산 작전 과정에서 도망치는 시위대를 향해 발포했다. 공식 집계로 69명의 민간인 사망자와 수백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샤프빌의 학살’로 불리는 이 사건은 국제사회에 큰 충격을 주..
조시 헤이더라는 메이저리그 야구선수가 있다. 만 24세. 한 이닝당 거의 두 개의 삼진을 뽑아내는 무시무시한 구원투수다. 지난 7월17일, 일생의 꿈이 이루어지던 올스타 게임 당일, 헤이더는 경기를 마친 후 첫 올스타 게임 출전 소감이나 그날의 경기 성적에 관한 질문이 아니라 인종차별주의와 동성애 혐오주의, 여성 혐오주의에 대한 질문을 받아야 했다.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그가 17세 때 트위터에 썼던 글들이 엄청난 속도로 퍼졌기 때문이다. 흑인과 게이를 비하하고 조롱하고 증오하는 내용들이었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투수 션 뉴컴도 올해 깜짝 스타로 떠오른 2년차 신예이다. 지난 7월29일 다저스와의 경기에서는 9회 투아웃까지 단 한 개의 안타도 맞지 않는 완벽한 투구로 각광 받았다. 하지만 바로 그날,..
러시아 월드컵에서 우승한 프랑스 대표팀이 파리로 입성하자 샹젤리제는 환영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대표팀 선수들은 ‘국민적 영웅’이 되었고 다민족이 하나의 국가로 새롭게 탄생하는 분위기였다. 많은 이민자를 받아온 프랑스는 반이민정서가 팽배하고 히잡 착용 등의 문화적 충돌을 겪고 있다. 그런데 이번 우승으로 사회통합 분위기가 연출됐다. 프랑스 대표선수 23명 가운데 21명이 이민자 출신이다. 그중 15명은 아프리카계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프랑스 팀은 ‘레블뢰(파란색·대표팀의 유니폼도 파란색)’로 불리지만 유색인종 선수들의 활약이 뛰어나면서 ‘블랙·블랑·뵈르(흑인·백인·북아프리아계)’로 불리기도 한다. 이번 월드컵 우승이 인종과 종교의 화합이라는 기대를 품게 한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와 땅을 맞댄 독일은..
지난주 한 종편 방송의 이라는 프로그램이 벨기에에서 인종차별을 당하는 연예인의 모습을 방영한 것이 얘깃거리가 되었다. 동양인 비하 발언과 태도가 폭력적 충돌로 이어지기 직전에 제작진이 개입해서 당황스러운 상황은 마무리되었지만, 시청자들의 분노가 인터넷 매체들에 쏟아져 나왔다. 일부 시청자는 모욕적인 장면을 그대로 내보낸 제작진을 비판했다. 하지만 그 장면은 잊기 쉽고 잊고 싶은 사실을 상기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차별은 견딜 수 없이 쓰라리다는 것. 그리고 자리가 바뀌고 관계가 바뀌면 누구나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 차별은 우리가 국외에서 경험하는 낯선 불의일 뿐 아니라, 우리가 타자에게, 서로에게 저지르는 낯익은 폭력이기도 하다. 너무 익숙해서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국회 대정부질문 등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