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11월1일. ㄱ씨의 최초 장애등록일이다. 고등학교에 다니던 1988년 11월 장애인등록제가 전면 시행되었고 학교 교사에 의해 등록되었다. 2003년 2월28일. ㄴ씨가 지적장애가 무엇인지 설명도 듣지 못한 채 장애인으로 등록한 날이다. 등록증 뒷면엔 보호자 전화번호가 적혔다. 보호자가 필요한 존재. 장애인에 대한 국가의 인식을 파악하게 하는 단서다. 1994년 6월26일. ㄷ씨는 장애인 등록 후 전화요금, 전기료 등 몇 개의 감면 혜택을 받았다. 걷기 어려운 장애가 있었지만 3급이기 때문에 2급까지 이용 가능한 장애인 콜택시를 탈 수 없었다. 등급에 따라 차등화된 서비스에 맞춘 삶, 자신으로 살기보다 제도가 구획한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삶을 강요받는 것, 장애등급제가 만든 차별의 구조다. 무엇보..
짙게 밴 땀 냄새와 손때는 5년의 세월과 사람들의 흔적이다. 서울 광화문역 지하 1층 5·6번 출구를 향해가는 길목에 있는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 광화문공동행동(광화문공동행동)’ 농성장. 국가가 책임져야 할 18명의 영정과 살아있는 이들의 숨결로 지켜온 광화문 농성장이 오는 5일 철수를 앞두고 있다.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는 한국 사회 복지제도의 적폐를 겨눈다. 가난의 책임을 가족에게 지우며 빈곤 사각지대를 낳는 악순환, ‘폐 끼치기 싫어 죽음을 택하게 하는’ 부양의무제. 의학적 기준으로 장애 범주와 유형을 나누고 등급을 매겨 서비스를 차등·제한하여 ‘주어진 만큼만 살라’는 장애등급제. 모욕의 경험, 모순적이게도 국가는 복지제도로 인간다운 삶을 모욕한다. 2012년 8월21일, 광화문공동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