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도동 유치원’은 하나의 대명사가 될 듯하다. 안전불감증, 무사안일주의, 개발주의가 응축된 대명사. 위태로운 흙 낭떠러지를 옆에 두고 기우뚱 옆으로 무너진 건물은 ‘유치원’이라는, 건물의 외양과 부조화를 이루는 이름과 만나 더욱 극단적 느낌을 자아냈다. 건물이 한밤중에 무너져 내리지 않았다면 정말 참혹한 결과가 초래됐을 터였다. 유치원 측에서 이미 이상징후를 포착하고 공사업체에 항의했지만 공사업체는 무시했다. 구청에서도 제대로 된 현장 점검조차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눈앞에서 서서히 무너져내리는 건물을 두고 아무도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상도동 유치원은 결국 철거되어 폭삭 무너져내렸다. 무너진 유치원을 보고 퇴근하던 날, 내 삶의 지반에도 균열이 느껴졌다. 전염병에 걸려 어린이집을 일..
통계청이 22일 발표한 ‘2017년 출생통계’를 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35만7800명으로 전년보다 4만8500명(11.9%) 감소했다. 인구통계를 시작한 1970년 이후 가장 낮다. 부부가 평생 낳는 아이 숫자를 뜻하는 합계출산율도 1.05명으로 사상 최저다. 현재의 인구를 유지하려면 합계출산율이 2.1명은 되어야 하는데 절반 수준이다. 더욱 암담한 건 올 2분기 합계출산율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이 기간 합계출산율은 0.97명을 기록했다. 올 하반기에는 더 하락할 것으로 보여 올 전체 합계출산율은 사상 처음으로 0명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평균 1.68명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은 물론 가장 낮다. ‘인구절벽’이 재앙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2..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5일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내년부터 시행할 저출산 대책인 ‘일하며 아이 키우기 행복한 나라를 위한 핵심과제’를 발표했다. 이번 저출산 대책은 출산율 제고와 보육 위주의 기존 정책에서 탈피해 일과 가정의 양립(워라밸) 등 부모의 삶의 질 개선에 방점이 찍혀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대책은 신혼부부와 청년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오는 2022년까지 163만가구를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내년부터 생애 최초로 소형주택을 구입하는 신혼부부에겐 취득세를 50% 감면해준다. 정부는 또 만 8세 이하 자녀를 둔 부모들이 최대 2년간 임금삭감 없이 하루 1시간씩 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했다. 내년부터는 단시간 근로자, 특수고용직, 자영업자 등도 월 50만원의 출산지원금을 3개월간 받게 된..
지난해 말 행정자치부가 만든 ‘출산지도’에 이어 지난 주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종욱 선임연구위원의 발표문이 가임기 여성을 분노케 만들었다. 출산지도가 ‘여성을 걸어다니는 자궁 취급한다’는 비판 끝에 문을 닫았다면, 원 연구위원의 발표문은 “여성의 스펙을 낮춰 결혼하게 만들자” “여성의 배우자 하향 선택을 유도하기 위해 문화적 콘텐츠를 음모 수준으로 은밀히 만들자”고 밝혀 누리꾼들을 아연실색하게 했다. 두 눈을 의심케 하는 발표문은 심지어 ‘저출산 대책의 성과의 향후 발전 방향’이라는 주제를 건 인구포럼의 정식 발표문이었다. 정부기관이 저출산 대책이라고 내놓는 결과물들을 보면 ‘대책’이라기보다는 왜 한국이 역대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는지에 대한 원인을 보여주는 것 같다. ‘많이 배운 여성’들의 분노로 S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