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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행정자치부가 만든 ‘출산지도’에 이어 지난 주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종욱 선임연구위원의 발표문이 가임기 여성을 분노케 만들었다.

출산지도가 ‘여성을 걸어다니는 자궁 취급한다’는 비판 끝에 문을 닫았다면, 원 연구위원의 발표문은 “여성의 스펙을 낮춰 결혼하게 만들자” “여성의 배우자 하향 선택을 유도하기 위해 문화적 콘텐츠를 음모 수준으로 은밀히 만들자”고 밝혀 누리꾼들을 아연실색하게 했다.

두 눈을 의심케 하는 발표문은 심지어 ‘저출산 대책의 성과의 향후 발전 방향’이라는 주제를 건 인구포럼의 정식 발표문이었다. 정부기관이 저출산 대책이라고 내놓는 결과물들을 보면 ‘대책’이라기보다는 왜 한국이 역대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는지에 대한 원인을 보여주는 것 같다.

‘많이 배운 여성’들의 분노로 SNS는 뜨거웠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나라에 아이가 안 태어난다→결혼을 안 해서 그런가보다 결혼을 시키자→고소득 고학력 여자들이 결혼을 안 하네, 후려쳐서 눈을 낮추도록 만들자는 사고 흐름이 끔찍하다”고 적었다. 다른 트위터 이용자는 “여성에 대한 억압을 더 강화해서 거의 히잡을 씌울 기세로 퇴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여성들이 고학력 고스펙이어서 결혼을 안 하는 것일까. 페이스북 이용자는 “한정된 일자리를 뚫기 위해 무한경쟁시키고 불안한 사회를 만들어놓고 고스펙이 저출산 원인이라고? 복지시스템이나 제대로 갖춰주는 게 더 시급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트위터 이용자는 “고학력 고소득 여성 둘 다에 해당되는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고 주변에 다 고학력 저소득 고용불안 여성뿐인데 여성의 낮은 소득과 고용불안정은 없는 셈 친다”고 비판했다. 

“한국 여자들에게 결혼 안 한다고 페널티 때려봐라. 안 할 사람은 이 악물고 끝까지 안 할 것이다. 한국에서 여자로 태어난 이상 최고의 페널티가 바로 결혼이기 때문이다.” 한 트위터 이용자의 일갈이다. 아기 낳고 살 만한 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 없이 여성을 결혼시켜 애 낳게 할 방법만 골몰한다면, 출산율은 절대 올라가지 않을 것이다. 이 악무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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