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장관행이 실제로 어른거린다. 그해 여름, 자기검열부터 했다. 벌써 ‘조국 법무장관’을 변호하려 동원되는 여권의 옹호논리가 기시감이 드는 데다, ‘내로남불’을 경계해야 하는 건 언론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8년 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최측근 권재진 민정수석을 법무장관에 내정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이 공정한 법 집행의 책임자이자 내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관리해야 할 법무장관으로 곧바로 자리를 옮기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다.” 내정설이 제기될 때부터 임명까지, 경향신문의 세 차례 사설은 이 기조하에서 “불통인사” “헌법 모독”을 비판하고 철회를 촉구했다. 다시 보니 일부 매체를 빼곤 비판의 기조는 크게 다르지 않다. 민정수석에서 법무장관으로 직행, 최측근 임명에 ..
예전에는 가족을 식구(食口)라 불렀다. 밥상을 함께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소는 생구(生口)라고 했다. 먹여 키워야 할 ‘식구’라는 의미이다. 묵묵히 논밭을 갈고 수레를 끄는 듬직한 소는 가축 이전에 가족의 대접을 받았다. 농경 민족인 우리에게 소는 가장 친숙한 동물이다. 그러나 소에 대한 인식은 항상 좋지만은 않았다. 소는 꾸준함과 성실함의 상징이지만, 다른 한편 어리석음의 표상이기도 했다. 아무리 가르쳐도 알아듣지 못한다는 ‘쇠귀에 경 읽기’가 대표적 사례이다. ‘소 걸음’을 뜻하는 우보(牛步)에도 양가적 의미가 들어 있다. 지나치게 느려 답답한 소의 걸음걸이로 해석한다면 좋지 않은 뜻이다. 옛 문인들은 ‘우보’를 부정적 의미로 자주 사용했다. 달팽이와 소의 느린 행보를 뜻하는 ‘와행우보(蝸行牛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