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재단 이사장이 갑자기 사퇴했다. 교수에 대한 막말이 직접 원인이었지만 대학이 무엇인가를 근본적으로 돌아보는 사건이다. 8년 전 재벌기업이 인수, 한국 대학 개혁을 가장 앞장서 추진한다고 잘 알려져 왔다. 대학이 기업과 다를 바 없다는 취임 공언 후 기업식 구조조정을 감행해 왔다. 여러 대학이 선례로 따르고 있다. 선진국의 명문 사립대학들은 대부호들이 평생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하는 취지로 설립, 운영한다. 재단은 뒤에서 후원만 하고 대학은 철저히 총장과 교수 중심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한국에서 부자들이 설립 또는 인수한 사립대학들은 이사장이 마치 산하 회사처럼 기업식으로 운영하는 데에 문제가 있다. 구조조정은 물론 학사 운영, 심지어 교수 인사권까지 행사하기도 한다. ‘내 것 내 마음대로’의 땅콩 ..
나는 중앙대학교 영어영문학과 85학번이다. 중앙대 동문으로서 최근 모교에서 벌어진 학과 구조조정 사태를 지켜보면서 작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이른바 ‘학사 구조 선진화 계획’이란 이름으로 발표된 안은 결국 취업 잘되는 학과만을 남기겠다는 낡고 낮은 수준의 기업주의 발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이다. 대학 측은 이번 구조조정안이 “사회가 요구하는 융·복합형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학과의 벽을 허물고 단과대학 단위로 전공을 운영하는 학사 제도”라고 했지만, 궁극의 목표는 경쟁력 없는 학과를 폐지하는 데 있다. 전공선택제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대학 정원을 줄이기 위한 알리바이에 불과하다. 그것은 학문 간 불균형을 초래하고, 학점 경쟁을 부추겨 균형 있는 신체를 포기한 채 한쪽만 비대해지는 지식괴물이란 리바이어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