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가 있습니다. 소심하고 비루한 주인공이 신기한 가면을 얻어 전혀 다른 자아가 되고 만화적 초능력으로 종횡무진 뜻대로 활개 치는 이야기입니다.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 ‘가면’을 뜻하던 ‘페르소나’는 일상에서 상황과 집단에 따라 다른 얼굴을 해야 하는 우리의 사회적 가면들도 뜻합니다. 또한 페르소나는 맡은 역할에 온전히 몰입한 배우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사람들은 지금의 한심한 사회적 얼굴 아래 거칠거나 야한 배역으로 살고픈 욕망도 깊이 숨기고 있을지 모르겠네요. 목욕탕에 불이 나 급히 알몸으로 뛰쳐나와야 할 때 어디를 가려야 될까요? 얼굴입니다. 내가 누군지만 모르게 한다면 알몸과 치부가 드러난들 무슨 상관인가요. 인터넷 익명 덕분에 우리는 남녀노소, 사회적 위치를 구애받지 않고 개인 대 개인으로..
‘페르소나’(persona)는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 배우들이 쓰던 가면을 일컫는 라틴어다. ‘통하여(per)’ ‘소리(sona) 난다’는 뜻으로 입 구멍이 있는 가면에서 유래됐다. 정신분석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은 “자아가 인간의 내면세계와 소통하는 주체라면 페르소나는 일종의 가면으로 사회의 행동 규범과 역할을 수행하게 한다”고 했다. 연극이나 영화, 뮤지컬 등에선 가면을 쓴 배역들이 등장하곤 한다. 가면은 감추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드러냄의 수단이기도 하다. 고려시대 때부터 전해내려 오는 산대놀음은 한국의 대표적인 가면극이다. 양반이나 파계승에 대한 조롱, 서민들의 애환 등을 풍자적인 대사와 춤으로 묘사하는 산대놀음의 배역들은 가면을 쓴다. 이들은 가면을 쓰고 부조리한 세상을 까발리고 비판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