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하루키를 읽다
뭘 생각하기도 못하게 만드는, 지독한 더위다. 하루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이 폭력적인 더위에 일종의 피서이다. 왜냐하면 많이 알려져 있듯 그의 소설은 지극히 ‘쿨’하기 때문이다. 선풍기 앞에 누워 몇 권의 하루키 소설을 훑어보면서 나는 그 쿨함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가령 이런 것이 아닐까. 첫째 하루키 소설의 주인공들은 잘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4년간의 결혼 생활 끝에 이혼에 이른 남자는 파국의 원인을 따지지 않고 혹은 바람난 아내에게도 ‘그녀의 일’이라고 덮어버린다. 또는 고등학교 시절 단짝 친구들로부터 갑작스러운 절교를 당했는데도 그 이유를 캐묻지 않고 16년이 지난 뒤에야 진실을 찾아나선다. 합리와 논리, 진실이 아닌 비합리와 모순투성이의 세계를 수용하는 것이 몸을 차게 하는 데 도..
일반 칼럼/직설
2016. 8. 17. 14:50
최근에 올라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