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학기 말이 돌아왔고, 학생들이 제출한 논문들을 읽었다. 성실하게 자신의 의견을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기술한 학생들이 있는 반면,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자료들을 출처 없이 그대로 짜깁기해서 제출한 학생들도 있었다. 이런 경우는 무조건 낙제점을 주는 것이 나의 방침이다. 학기 초에 학생들에게 베껴서 제출하지 말고 한 문단이라도 참고문헌을 읽고 자기 생각을 써서 제출하도록 반복해서 환기하지만, 마감시간이 임박하면 ‘표절의 유혹’에 빠지는 학생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 신경숙 작가의 표절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한 주가 이렇게 또 다른 표절에 대한 추억으로 끝나게 돼 씁쓸하다. 작가의 표절에 민감한 우리들이 자기 주변에서 수시로 일어나는 표절에 대해 무감한 까닭은 무엇인지 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경숙 작..
요즘 신문과 방송, 그리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슈 중의 하나가 소설가 신경숙씨의 표절 문제이다. 지난 22일 급기야 신씨는 표절을 인정하는 발언을 내놓음으로써 일본 언론에서도 뉴스로 다루기 시작했다. 한국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일본 작가의 작품을 도용한 것이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된 것이다. 국제적인 망신도 망신이지만, 일본을 여러가지 면에서 비판해 왔던 우리의 입장이 우스워지게 되었다. 일본에서 가장 가까운 외국이 한국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한국을 무대로 한 소설이 메이지·다이쇼·쇼와에 걸쳐 패전에 이르기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일본 문학의 성격을 그대로 말해주고 있다. 일본인이 한국인에 대해 갖는 편견은 유럽인이 유대인에 대해 갖는 편견처럼 오래되지는 않았다. 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