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권은 집권 초기를 빼고는 줄곧 지지율이 낮은 편이었다. 서민대중의 편에 서는 정치를 할 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강력한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물론 대중은 신자유주의니 따위 개념에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갈수록 고단하고 불안해져만 가는 삶을 통해 기대는 환멸로 바뀌어갔다. 신자유주의라 불렀건 안 불렀건 그것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환멸이었다. 17대 대선에서 이명박의 500만 표차 압승은 그 환멸의 폭발이었던 셈이다. 집권 후반기에 이르자 지지율은 더욱 가파르게 낮아졌다. 그리고 퇴임 후 노 전 대통령이 형과 부인이 한 일을 시인하면서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노 전 대통령이 눈엣가시였던 보수 언론은 얼싸 좋아라였지만 진보 언론도 다르진 않았다. 이를테면 다음날 한겨레는 “국민의 가슴에..
지난 대선에서 진보적인 시민들은 ‘누가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가’를 두고 의견이 갈렸다. 문재인씨를 지지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막판까지 안철수씨를 지지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누가 대통령이 되면 안 되는가’에 대해선 거의 완전한 의견일치를 보였다. 박근혜씨다. 진보적인 시민들이 박근혜씨를 그토록 반대한 건 그가 단지 보수 후보인 걸 넘어 ‘독재자의 딸(이자 정치적 아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청년 시절 목숨 걸고 독재와 싸운 사람들이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이 되는 걸 인생의 모욕으로 여기는 건 이해가 가는 일이기도 했다. 그런데 하나 이상한 일이 있었다. 독재자의 딸을 그토록 반대하는 진보적인 시민의 아이들이 독재자의 시절 아이들보다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아이들은 독재자의 시절보다..
김규항 | ‘고래가 그랬어’ 발행인 ‘고래가 그랬어’는 지난해 5월부터 ‘아이를 살리는 7가지 약속’이라는 이름의 서명운동을 진행해 왔다. 내용은 이렇다. 1. 지금 행복한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도 행복합니다. 2.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공부는 ‘마음껏 놀기’입니다. 3.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게 성공입니다. 4. 아이와 노동자가 행복해야 좋은 세상입니다. 5. 교육은 상품성이 아니라 인간성을 키우는 일입니다. 6. 대학은 선택이어야 합니다. 7. 아이 인생의 주인은 아이입니다. 내용 자체로는 그다지 특별할 게 없는 상식적인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막상 아이를 가진 부모로서는 무엇 하나 쉽지 않은, 심지어 두렵기까지 한 이야기들이다. 상식이 두려움이 되는 기막힌 상황이야말로 우리의 교육현실이다. 7약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