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민│변호사(민주주의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주주의는 1인 1표, 즉 각 개인의 정치적 힘을 동일하게 인정하는 것에 기반한 것이어서 가장 공평한 정치체제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누구든지 국민을 설득하면 제한된 기간동안이지만 정치적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공평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공평한 체제가 유지되고 작동하려면 정치적인 의사표현의 기회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정치적, 경제적 힘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정치적 의사표현의 기회가 널리 보장되고, 그외 사람에게는 그렇지 못할 경우 위와 같은 정치체제는 작동할 수 없는 것이다. 특히, 경제적인 힘이 강한 사람들이 경제적인 힘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발언기회까지 보다 많이 장악하게 된다면 사실상 중세의 귀족사회와 다를..
박주민│변호사(민주주의를 위한 변호사모임) 루마니아의 작가 C V 게오르규가 1949년 발표한 소설 의 주인공 모리스는 자신의 아내를 탐내던 헌병 장교의 모함에 빠져 루마니아인임에도 불구하고 유대인 수용소에 갇히게 된다. 이후 그는 수많은 수용소를 전전하면서 한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빼앗기게 된다. 그는 한 수용소에서 만난 신부에게 이렇게 하소연한다. “내가 왜 붙잡혀 십자가에서 예수님이 받은 것과 같은 고통을 받았어야 하는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나는 한 사람의 인간입니다. 내가 나쁜 일을 하지 않고서는 어느 누구도 나를 가둘 수 없고, 괴롭힐 권리가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나는 일할 수 있는 것, 처자식과 함께 비와 이슬을 가리고, 먹기에 족할 만큼의 음식을 손에 넣는 것을 원했을 뿐입니..
최근 지방선거를 앞두고 1인 시위를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까지 경찰이 연행하고 나서자 정당한 공무집행인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쪽에서는 ‘경찰이 집시법 등 관련 규정을 남용하고 있다’고 하고, 다른 한쪽은 ‘현행법 규정대로 하는 것이기에 문제없다’고 이야기한다. 과연 누구의 말이 옳을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자! 무려 9년 전으로! 2001년 한 사람이 국무회의 회의록을 작성하여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하기 위해 손팻말을 들고 청와대 앞 분수대 근처에서 사관 복장을 하고 시위를 시작했다. 그러자 곧 근처에 있던 경찰이 몰려들어 그 사람을 근처의 경찰서로 강제연행했다.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소속 노조원들이 1일 서울 광화문네거리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반대하는 동시다발 1인 시위를..
4월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에게서 인사청탁 대가로 5만달러를 받았다는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 결과를 놓고 평소 검찰을 지지했던 보수언론조차 ‘검찰이 허술한 수사로 망신을 자초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한마디로 검찰의 완패다.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가운데)가 8일 첫 재판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왼쪽)과 종교인, 지지자들이 한 전 총리의 결백을 상징하는 백합을 들고 뒤를 따르고 있다./경향신문 김정근 기자 한 전 총리 사건의 전체적인 외형을 보면 ‘피디수첩’, 정연주 전 사장,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등 이명박 정부 이후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했으나 결과적으로 무죄판결이 나온 사건들과 궤..
바람이 많던 오후. 근일에 있었던 야간집회 금지 헌법불합치 판결을 이끈 주인공, 박주민 변호사를 뉴스레터 인터뷰의 첫 번째 인터뷰이로 만났다. 한사코 옥상에서 인터뷰를 하겠다는 그의 성화로 나선 것이었지만, 쪽빛 하늘을 배경으로 그의 모습을 담아 보니 ‘역시 이쪽이 나았겠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캐주얼한 차림에 성긴 머리를 휘날리는 모습이 한편 야인같으면서도, 말하는 매무새나 정연한 논리에서는 천상 심지곧은 변호사였던 박주민 변호사와의 짧은 만남. 눈만 맞춰도 들끓는 힘이 느껴지는 그에겐 숯한 만남조차 유쾌하게 만드는 노련함이 있었다. - 야간집회 금지 헌법불합치 판결을 이끌어 내신 것, 축하드립니다. 그간 변호사님의 노력이 소기의 성과를 얻어냈다고 보는데 일단 기분이 어떠신가요? 12개월만에 결정이 났..
한나라당은 지난달 28일 불법시위로 피해를 본 피해자들이 손쉽게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시민집단소송’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환경, 노동, 소비자, 시장독점 등 사회개혁적 집단소송제도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거나 반대했던 한나라당이 들고 나온 것이기에 그 배경부터가 궁금하다. 야4당과 시민단체 대표들이 광화문광장에서 집회의 자유를 보장할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정원식 기자 집회의 자유는 표현의 자유의 일종으로서 국민에게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민주적 공동체가 기능하게 하는 불가결한 근본요소다. 직접민주주의를 배제하고 대의민주제를 선택한 우리 헌법에서 일반 국민은 선거권 행사 외에는 집회의 자유를 행사해 공동으로 정치의사를 형성하는 가능성밖에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