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진상이야 알 수 없다. 쏟아지는 언론보도를 좇는 것도 힘들다. 싸움은 여러 전선에서 동시에 펼쳐지고 있다. 복잡하지만 양상은 대개 두 축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나는 부산시 경제부시장 유재수가 뇌물을 받는 등 범죄 혐의가 짙은데도 그에 대한 감찰이 청와대에 의해 중단되었다는 것이다. 다른 한 축은 청와대로부터 관련 첩보를 받은 경찰이 무리한 수사 끝에 자유한국당 울산시장 후보를 낙선시켰다는 것이다. 다들 아는 것처럼 의혹의 핵심은 모두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겨냥하고 있다. 이건 물론 검찰이 짜놓은 판이다.공방이 오가는 중에 청와대에 파견 나와 일했던 검찰 수사관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무거운 부담을 느낀 탓이겠지만, 그 실체가 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죄송하고 가족을 잘 ..
남영동 대공분실. 이 악명 높은 고문시설은 정교하게 만들어졌다. 이 시설을 만든 사람은 당대 최고라 칭송받던 건축가 김수근이었다. 88올림픽 주경기장과 체조, 수영, 사이클 경기장을 모두 설계했던 사람이다. 김수근 주변 사람들은 인정하지 않겠지만, 남영동 대공분실은 공포를 극대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건물이다.남영동 대공분실은 조사자의 공간과 피조사자의 공간이 엄격하게 분리되어 있다. 마치 사람이 사는 집과 짐승 우리가 다른 것처럼, 빛과 어둠이 대비되는 것처럼, 각각의 공간은 너무도 다르다. 먼저 경찰관들이 활동하는 공간은 남향을 기본으로 구성되었다. 잘 꾸며진 일본식 정원, 동시에 두 경기를 즐길 수 있는 널찍한 테니스장, 통유리로 꽤 괜찮은 전망을 만든 식당에 이르기까지 세심한 배려를 곳곳에서 느낄 수..
-2018년 10월 11일 지면게재기사-광장이 뜨겁다. 200만, 300만, 내친김에 500만을 부르기도 한다. 광장에서 벌어지는 세 대결은 뜨겁다. 광장은 둘 중의 하나로 갈라져 있다. 한쪽에선 조국 법무부 장관을 검찰개혁의 상징으로 꼭 지켜야 할 보배인 양 주장하기도 하고, 다른 쪽에선 즉각 구속해야 할 범죄자로 치부하기도 한다. 결코 양립할 수 없는 구호들도 오간다. 한쪽에선 조국 장관만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까지 끌어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다른 쪽에선 조국 장관을 지키지 못하면 문 대통령, 나아가 민주주의도 지키지 못한다고 염려하고 있다. 광장은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이지만, 각자의 주장이 팽팽히 맞선 광장은 배타적인 공간이 되기도 한다. 공정한 사회를 원하지만 문재인 정부..
교도소에는 온갖 사람들이 갇혀 있다. 개중에는 장발장 같은 억울한 사람도 있겠지만, 진짜로 죄질이 나쁜 범죄자들도 적지 않다. 그래서인지 크고 작은 다툼이나 질서위반 행위도 곧잘 일어난다. 질서위반에는 상응하는 벌이 따른다. 교도소의 징벌은 곱징역이라고 부를 만큼 험하다. 징벌을 받으면 독방에 가두는 금치는 물론, 텔레비전 시청, 신문 열람, 집필, 서신 수수, 실외 운동, 접견 등이 금지된다. 하나같이 수용자에겐 견디기 힘든 고통이다. 접견 금지를 당하면 천리길을 마다하고 찾아온 늙은 어머니가 자식을 만나지도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한다. 하루종일 좁은 감방에만 갇혀 있다가 겨우 30분 남짓 햇빛을 볼 기회도 빼앗기게 된다.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동안 징벌을 받은 수용자는 1만8319명..
한·일전. 일단 국면은 경제전쟁처럼 보인다. 일본 아베 정권의 도발에 한국이 대응하는 식으로 싸움이 진행되고 있다. 대통령부터 확고한 의지를 보이고, 2019년은 1919년과 다르다는 결의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위기를 기회로 삼자는 다짐도 눈에 띈다. 아베 정권의 도발에 대해 시민사회는 단호했고 또 지혜로웠다. 일본 국민과 아베 정권은 나눠 봐야 한다며, 서울 중구청이 내건 일본 반대 깃발을 내리게 했다. 보이콧 운동은 민간의 몫이라며 여론을 일으킨 것은 놀라웠다. 시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곧바로 깃발을 내린 중구청의 대응도 좋았다. 꼭 중구청이 잘못했다는 게 아니라, 보다 성숙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집단지성의 발현이었다. 그렇다. 이번에는 이겼으면 좋겠다. 아베 정권의 오만한 행패를 묵과할 수는..
한국 사회는 비정규직 때문에 신음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기준으로 친다면 벌써 20년이 넘었다. 당사자와 가족이 아픔을 겪는 것은 물론이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차별은 양극화로 이어진다. 한국 사회의 계급 분화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건널 수 없는 큰 강을 사이에 둔 것처럼 각기 다른 삶을 살고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희망마저 사라지고 있다는 거다. 희망이 없으니, 한국 사회 특유의 활기도 사라진 느낌이다. 고용 형태의 차이는 꼭 소득만이 아니라, 건강과 수명, 주거와 환경, 교육, 사회적 평판 등 모든 분야에서의 삶의 질을 가른다. 문재인 정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부터 해결하겠다고 했다. 모든 비정규직 문제를 한꺼번에 풀 ..
정보경찰은 희한하다. 경찰의 임무를 다룬 ‘경찰법’ 제3조에는 ‘치안정보의 수집·작성·배포’라는 규정이 있다. 정보경찰의 임무다. 문제는 뭐가 치안정보냐는 거다. 보통은 범죄정보를 떠올리겠지만 경찰이 말하는 치안정보의 개념에 범죄정보는 없다. 범죄정보는 경찰청 정보국이 아니라 경찰청 수사국 범죄정보과 같은 곳에서 다룬다. 사이버 범죄정보라면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에서, 국제범죄정보라면 외사국에서 다룬다. 범죄정보를 뺀 치안정보라는 게 무엇일까.사전적으로야 국가와 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고 보전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일 텐데, 그 안녕과 질서가 주권자인 시민을 위한 것이기보다는 ‘다스리는 쪽’, 곧 집권세력 입장에서의 안녕과 질서인 경우가 많다. 정보경찰의 활동은 온통 대통령을 위한 보고서 작성에 맞춰져 있..
수사권 조정안이 신속처리법안에 포함되자 검찰이 갑자기 포문을 열었다. 검찰총장은 외국 방문을 취소하고 급히 돌아왔다. 검찰은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진행했던 사법개혁 논의를 정면에서 거부하고 있다. 법무부 장관이 행정안전부 장관과 함께 정부 차원의 논의를 계속했고,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차원에서의 논의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정부 차원이든 국회 차원이든 검찰이 의견을 개진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그러니 뜬금없는 반발이다. 법무부 장관과 청와대 민정수석까지 나서서 검찰의 주장을 경청하겠다고 했지만, 반발을 멈추지 않고 있다. 어떤 관료도 이렇게까지 오만한 적은 없었다.반발하는 내용이 뭔지도 잘 모르겠다. 동원인지 자원인지 모르겠지만 검찰 주변 인사들은 언론 기고 등을 통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등을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