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유령 간호사(ghost nurse)’라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수술실 등에서 바쁘게 일하는데 근무를 했다는 기록이 남지 않는다. 업무 자체가 불법이라 존재하지만 존재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부족한 의사를 보충하기 위해 간호사나 응급구조사, 의료기사 등에서 임의 차출한 진료보조인력, 곧 PA(Physician Assistant)가 그들이다. PA의 대부분(약 95%)이 간호사여서 현장에선 수술실 전담간호사, PA간호사 등으로 불린다. 국제간호사의날인 지난 12일, PA간호사들이 좌담회를 열어 충격적인 무면허 의료현장을 고발했다. 12년차의 한 간호사는 수술에 늦은 집도의를 대신해 환자 복부를 절개한 뒤 복강에 배액관을 삽입, 충수돌기와 담낭, 위장을 절제하는 “전임의 수준의 불법의료행위”를 했다..
지구의 나이는 45억5000만살쯤 된다. 우리와 해부학적으로 같은 호모 사피엔스가 이 지구상에 나타난 건 불과 20만년 전이다. 지구 나이를 24시간으로 생각하면, ‘자정 3.8초 전’쯤이다. 수렵과 채취에 의존하던 인류가 농업을 시작하면서 정착한 건 1만년 전 지질시대 홀로세에 접어들면서다. 대기과학자인 조천호 경희사이버대 특임교수(전 국립기상과학원 원장)에 따르면 홀로세는 기후변동이 매우 작은 안정된 시기로, 인류가 우연히 만난 찰나의 기회다. 인간은 나이가 들수록 체온이 내려간다. 그런데 지구는 정반대 현상을 겪고 있다. 인류의 이상 활동으로 최근 극심한 열병을 앓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의 과다 사용으로 지난 100년 동안 지구 평균기온은 약 1도 상승했다. ‘겨우 1도?’라고 생각할지 모..
국무회의 규정 제8조 제1항에 따르면 국무회의에는 대통령비서실장, 정책실장 및 서울시장이 배석하도록 돼 있다. 국가의 주요 정책을 심의하는 자리에 서울시라는 광역자치단체와 시장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무위원들만 앉아 있다면 원만하게 회의가 진행될 수도 있지만, 야당 소속 서울시장이 끼여 있다면 모습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쓴소리가 나오고, 이에 대한 반박이 오가면서 열띤 분위기로 바뀔 수도 있다. 2011년 11월1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명박 정부 국무위원들 사이에 처음 배석했다. 10·26 재·보궐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후였다. 이후 박 시장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국무회의에서 야당 소속 시장으로서 여러 차례 쓴소리를 냈다. 서울시장..
4·7 재·보궐 선거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호출했다. 유튜브에 출연해 독서 소감을 언급했을 뿐인데 주식시장에서는 유시민 수혜주까지 등장했다. 유 이사장은 지난 9일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서 라는 책에 관해 얘기하며 “(이 책을 읽고 나니) 야당에서 현 정부를 독재, 민주주의 위기라고 말하는데 어떤 가치관과 판단 기준을 갖고 이렇게 얘기하는지 약간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미 하버드대 교수들이 쓴 이 책은 독재자들이 어떻게 합법적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지 각국의 사례를 들어 분석한 것인데 그의 발언은 야당인 국민의힘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됐다. 앞서 지난달 31일 그가 교보문고 유튜브 방송에서 한 “우리 삶의 많은 것들이 운명으로 온다” “신념도 가변적인 것이다”라는 등의 발언도 뒤늦게 거론되고 ..
1960년대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일하는 흑인 여성 수학자들의 활약상을 그린 영화 에 화장실에 얽힌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은 단 한 곳뿐인 ‘유색인종 여성용’ 화장실에 가기 위해 날마다 서류뭉치를 들고 하이힐을 신은 채 800m의 거리를 질주한다. 어느 날 비를 흠뻑 맞으며 화장실에 다녀온 주인공에게 상사가 그 고충도 모른 채 왜 자꾸 자리를 비우느냐고 따지자 주인공은 폭발하고 만다. 인종과 여성이라는 겹차별의 고통을 드러낸 장면이다. 누구가 한번쯤 경험해봤을 것이다. ‘위기 일발’의 상황에서 화장실을 찾지 못하거나, 너무 멀거나, 혹은 화장실에 비어 있는 칸이 없을 때의 심정을. 그런데 이런 고통이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는 일터에서 벌어진다면 어떨까. 4일 민주노총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개..
지난 17일 국회 국토교통위 법안소위에서 ‘2030 부산박람회’(엑스포)란 행사 명칭이 화제가 됐다. 여당이 발의한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의 ‘신공항 건설의 기본방향’에서 ‘2030 부산세계박람회 성공 개최를 위한 조기 건설’이라는 조항을 빼야 한다는 국토위 전문위원의 검토의견이 나왔기 때문이다. 박람회 유치 여부가 미정인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으로, 너무나 당연한 문제제기였다. 2030 세계박람회는 2023년에나 개최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도 “확정되지도 않은 것을 이 법에 담는 것은 국격과 관련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렇듯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2030년이라는 목표 연도가 설정된 데는 2030 부산박람회 개최가 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 24일 국회에서 가덕신공항추진..
수심 30m 아래, 캄캄한 바닷속 선박을 수색하던 잠수사의 손이 보이자 그가 꽉 움켜잡았다. “한 명 찾았군요. 살아 있어요! 붙잡아요!” 2013년 5월 나이지리아 인근 해상에서 뒤집혀 침몰한 예인선 재스컨4호의 29세 요리사 해리슨 오케네가 사고 60시간 만에 구조되는 순간이었다. 침몰 당시 화장실에 있던 오케네는 숨 쉴 공간이 남은 곳을 찾아 선실로 대피했고 콜라 한 병으로 허기를 버티며 간신히 생명을 유지했다. 가장 큰 고통은 목이 타는 듯한 갈증이었는데, 바닷물을 마셨더니 혀가 다 벗겨졌다고 했다. 그는 “내가 있던 곳에 왜 물이 다 차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기적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2012년 1월 이탈리아 근해에서 좌초해 90도 기운 채 물에 잠긴 유람선 콩코르디아호에서는 한국인 신혼부부가..
은 2016년 8월 일본 인공지능(AI) ‘제로’가 쓴 소설이다. 전자책으로 공식 출간돼 정가 800엔에 판매됐다. 19세기 일본 사상가 2명의 저서와 자료를 딥러닝(학습)해 썼다고 한다. 2018년 10월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선 AI 화가가 선보인 초상화 ‘에드몽 드 벨라미’가 43만2500달러(약 5억원)에 팔렸다. 낙찰 예상가보다 40배 이상 높았다. 프랑스 AI ‘오비어스’가 14~20세기 초상화 1만5000여점을 학습해 새로 그린 작품이었다. 얼굴인식·자율주행·반려로봇 등을 통해 이미 일상으로 자리 잡은 AI 기술이 예술과 창작 영역까지 파고들고 있다. 소설·시나리오 쓰기, 그림 그리기뿐 아니라 음악 분야에도 성큼 다가와 있다. 작사·작곡은 물론이고 직접 연주하거나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