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팬데믹이 된 후 백신이 마지막 희망일 때가 있었다. 백신이 코로나19로부터 인류를 자유롭게 해줄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그때 음모론이 머리를 내밀었다. 빌 게이츠의 ‘백신 음모론’이다. 각종 전염병 백신 개발에 헌신해온 그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속에 칩이 숨겨져 있고, 이 백신을 맞으면 실시간 감시를 당한다는 것이다. 게이츠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비판하자 트럼프 지지자들은 이 음모론을 들어 게이츠를 공격했다. 물론 가짜뉴스다. 연이은 백신 접종 소식이 여행 재개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이를 실현할 ‘백신 여권’ 도입 계획까지 나왔다. 백신 접종자들에게 디지털 증명서를 발급해 해외여행은 물론 식당이나 공연장, 경기장 등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도록 하자는 발상..
‘왝 더 독(Wag the dog).’ 개의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말이다. 주객이 뒤바뀐 경우에 빗대어 쓴다. 현대 자본주의에서는 제품 자체를 잘 만드는 것은 기본이고, 얼마나 적시적소에 유통시키느냐에 성패가 달렸다. 아무리 좋은 제품도 고객과 연결되지 못하면 끝이다. “유통이 제조를 지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대다. 유통 방식 중에도 배달이 중요해졌다. 대형마트로 차를 끌고 가는 모습은 점점 줄어든다. ‘새벽배송’으로 문 앞에서 바로 장바구니를 받아볼 수 있어서다. 아직 시골에는 5일장이 공존하는 세상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다. 지금은 배달되지 않는 물건이 거의 없다. 가히 ‘만물의 배달 서비스화’다. 코로나19로 배달의 위상은 더 커졌다. 우리가 코로나19 충격을 상대적으로 잘 견디게 하는 버..
탈북민이 한국에 오면 반드시 거치는 곳이 있다. 국가정보원의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다. 2008년 중앙합동신문센터(합신센터)로 문을 열었다가 2014년 현재 명칭으로 바뀌었다. 2013년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 간첩조작 사건이 계기가 됐다. 합신센터의 역할은 탈북민 중 위장 잠입 간첩을 색출하는 일이다. 최대 6개월간 탈북자를 조사할 수 있다. 진술서를 토대로 조서를 작성하는데, 합신조서로 불린다. 검찰은 합신조서를 바탕으로 국가보안법상 간첩 협의 등으로 기소한다. 합신센터 신문은 탈북민에겐 악몽이다. 독방 조사가 필수다. 그 방엔 CCTV가 설치돼 있고, 문 바깥엔 잠금장치가 달려 있다고 한다. 변호인 선임, 외부인 면회, 편지 교환이 금지된다. 고립된 조건이다보니 종종 수사관의 강압적 조사에 따른 간첩조..
강원 평창군 진부면 하진부2리 오대산 자락에 ‘소도둑놈 마을’이 있다. 그 옛날 산적들이 마을로 내려와 소를 훔쳐 잡아먹는 일이 잦아 소도둑놈골로 불린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고랭지 채소와 당귀 재배로 먹고살던 이 외딴 마을은 2006년 수해를 겪은 뒤 활로를 찾다 옛 이름을 공식 명칭으로 되살렸고, 2013년 산촌 생태체험 마을로 선정되며 전국에 이름을 널리 알렸다. 200여명이 사는 작은 마을에 한 해 3000명 이상의 관광객이 몰리기도 했다. 역사 속에 숨어 있던, 소에 얽힌 지명 이야기가 행운을 부른 것 같다. 경남 거창군 가북면 ‘우혜 마을’ 이름에도 소가 들어간다. 한자말 우혜(牛惠)는 소의 은혜를 뜻한다. 어느 날 호랑이가 나타나서 농부가 일하느라 논두렁에 눕혀놓은 어린아이를 해치려 했는데,..
2014년 12월18일 스웨덴의 글로벌 가구업체 이케아(IKEA)코리아 광명 1호점이 문을 열며 한국에 상륙했다. 주말이면 수만명이 몰려 일대 교통이 마비될 정도였다. 따뜻한 감성과 합리적인 가격, 거기에 깔끔하고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무장한 이케아는 ‘가구공룡’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국내 가구 시장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스웨덴 국기 색을 본뜬 로고처럼, 이케아는 가구와 함께 평등과 상생, 성평등, 가족친화 등 북유럽 복지 강국의 이미지도 함께 팔았다. 수평적인 조직문화, 연령제한이나 임금차별이 없다고 강조해온 이케아코리아의 채용박람회는 구직자들로 북적였다. 국내 매장은 4개로 늘어났고, 2020년 회계연도 매출액은 6634억원으로 국내 상륙 5년 만에 2배가 됐다. 광명점은 전 세계 300여개 매장 중..
연기는 연출·각본과 함께 드라마의 3요소를 이룬다. 연출이 감독, 각본이 작가의 작업이라면 연기는 배우의 몫이다. 좋은 연기란 무엇일까. 여러 기준이 있겠지만 고유의 캐릭터를 창출하는 능력이 으뜸이지 싶다. 같은 배역이라도 누가 맡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인물이 만들어진다. 영화 의 조커를 예로 들어보자. 잭 니컬슨이 연기한 조커가 순수한 악의 구현물이라면 히스 레저의 조커는 악의 철학자,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는 부조리한 문명의 비평가 같다. 연기파란 이처럼 자신만의 개성을 입힌 인물을 구현하는 배우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굳이 외국의 사례를 들 것도 없다. 박경리의 대하소설 는 생동하는 인물로 가득하다. 그동안 TV드라마로 여러 번 제작된 는 배우들의 경연장이었다. 여주인공 최서희 역은 배우 한혜..
바이러스는 유행이 지속할수록 변이하면서 전파력을 키우는 속성이 있다고 한다. 코로나19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RNA 복제 과정에서 변이가 발생한다.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첫 감염자가 발생한 후 발견된 코로나19 변종은 약 6000건에 이른다. 과학자들은 인체 세포의 ‘ACE-2’ 수용체와 결합해 바이러스를 침투하게 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이 이 수용체와 더 쉽게 결합해 전파력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7월 변종 바이러스 출몰 소식이 지구촌을 한 차례 휩쓸었다. 국제공동연구팀이 전파 속도가 3~9배 빨라진 변종이 유럽과 미주에서 확산되고 있는 증거를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이 변종은 지난 2월 초 유럽에서 시작됐고, 그로 말미암아 지구촌은 3월에 팬데믹 상황에 빠지게 됐다. 변종 바이러..
우리나라 연등회(燃燈會)의 기록은 “정월 15일, 왕이 황룡사에 행차하여 연등을 보고 관리들에게 연회를 베풀었다”는 경문왕 6년(866)의 기사가 처음이다. 통일신라 때 이미 연등의 풍습이 있었다는 얘기다. 고려 때는 태조 왕건이 팔관회와 함께 연등회 개최를 ‘훈요십조’에 못 박으면서 매년 열리는 국가 행사로 승격됐다. 1123년 고려에 왔던 송나라 서긍이 에 “2월 보름에 여러 사찰에서 등불을 켜는데, 매우 성대하고 화려해 왕이 비빈들과 함께 가서 구경했으며 거리는 백성들로 가득 찼다”고 적은 것에서 그 풍경을 짐작할 수 있다. 연등은 본래 인도에서 유래한 불교의식이다. 어두운 세계에 등불이 된 부처님처럼 무지와 번뇌를 떨쳐내자는 뜻으로 사람들이 석가탄신일에 등을 밝힌 게 시작이다. 인도의 연등 설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