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부동산 투기 의혹이다.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이야기다. 자기관리가 철저하고 준비된 총리 후보라기에 좀 다를 줄 알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역시나다. 고위 공직자 인사검증의 단골 메뉴인 부동산 투기 의혹이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나온다. 요 며칠 새 확인된 ‘팩트’만 추려보자. 이 후보자는 2003년 1월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아파트의 8억8000만원대 분양권, 이른바 ‘딱지’를 11억7980만원에 사들였다. 원소유자가 건설사에 지급해야 할 미납금 8800만원은 따로 떠안았다. 웃돈을 얹어 ‘딱지’를 매입하는 건 부동산 투기에 흔히 쓰이는 수법이다. 이 후보자는 이 아파트를 10월 16억4000만원에 되팔았다. 불과 9개월 만에 3억7000여만원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취득세·등록..
‘일요일의 남자.’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의 별명이다. 윤 의원이 19대 국회의 첫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로 있을 때 거의 매주 일요일 여의도 당사를 찾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여권을 옹호하는 역할을 도맡은 데 따른 것이다. 친박근혜계 주류로 분류되는 윤 의원은 특유의 성실함과 정보·분석력을 바탕으로 국정원 댓글 의혹사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등 굵직한 이슈에 대응했다. 이런 ‘공’을 인정받아 지난해 5월 사무총장으로 ‘영전’하기도 했다. 윤 의원은 지난해 7월 비주류인 김무성 대표 체제가 들어서면서 당직을 떠난 뒤 사실상 두문불출했다. 그를 다시 보게 된 것은 지난해 말 친박계의 대규모 송년모임에서였다. 김무성 대표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진 이날 윤 의원은 ‘일요일의 남자’로서의 진면목을..
세밑을 맞아 올해의 국내 주요 사건을 돌아보며 열쇳말을 뽑아보니 온통 을씨년스러운 어휘들이다. 모든 열쇳말을 아우르는 한 단어는 ‘퇴행’일 것이다. 2014년의 하부구조에 1970·80년대의 상부구조가 이물스럽게 포개지는 모습을 보면서 누군가는 잊고 살았던 악몽을 떠올렸고, 누군가는 심각하게 민주주의의 위기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① 공포 인천에서 출발해 제주도로 향하던 세월호가 4월16일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해 수학여행 중이던 안산 단원고 학생 250명 등 탑승객 304명이 사망 또는 실종됐다. 세월호 ‘사고’를 ‘사건’으로 만든 것은 구조 과정에서 보여준 국가의 무능과 부재였다. 수백명의 승객을 태운 채 배가 침몰하는 모습이 TV에 생중계됐다. 사람들은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물었다. 시민을 보호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