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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스타 잭 블랙이 몸을 던진 ‘예능 투혼’도 소용없었다. 잭 블랙의 <무한도전> 출연은 시청률과 얘깃거리 면에서 성공을 거뒀지만 정작 그가 홍보한 영화 <쿵푸팬더>를 보려는 관객들은 영화관에서 문전박대를 당했다. ‘스크린 독과점’은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하지만 이번 <검사외전>의 스크린 몰아주기는 적잖이 논란이 되고 있다. 고객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던진 극장 측의 갑질 때문이다.

CGV 일부 상영관은 <쿵푸팬더>를 예매한 관객들에게 전화를 돌려 예매 취소를 종용했다. ‘극장 사정’으로 상영이 어렵다고 이유를 댔지만 사실은 <검사외전>을 대신 상영해 더 많은 표를 팔기 위한 것으로 드러났다. SNS도 달아올랐다. “관객과의 약속을 돈 몇 푼에 내팽개치는 행태” “천박하고 추한 자본주의의 끝판왕” “배급사 횡포가 관객의 볼 권리까지 침해”라는 성토가 이어졌다. “국산영화 경쟁력 강화를 위한 애국적 결단”이라는 웃지 못할 분석까지 나왔다.


<검사외전>의 상영시간표를 캡처한 사진도 SNS에 나돌았다. 20분 단위로 이어지는 빽빽한 상영시간이 지하철 시간표를 연상케 했다. “중앙선도 이렇게 자주 안 온다” “독과점이 대체 어떻길래 했는데 시간표를 보니까 숙연해졌다”는 반응이 나왔다. 영화 <말아톤>의 장윤철 감독은 “멀티플렉스라는 곳이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는 스크린이 있는 건데, 요새 가보면 멀티가 아니라 싱글플렉스가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한국 영화시장의 성장과 또 하나의 ‘1000만 영화’ 탄생에 딴지를 걸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1000만 영화’ 배후에 있는 스크린 독점과 대형 극장의 횡포를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는 일이다.

잭 블랙의 예능 출연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영화 홍보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몸을 던져 예능 프로그램에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 영화시장이 잭 블랙에게 보여준 모습은 어떤 것이었을까. 돈을 더 벌기 위해서라면 관객의 예매까지 취소시키는, 최소한의 상도덕마저 저버린 극장가를 생각하면 씁쓸할 뿐이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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