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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열도를 이루는 네 개의 주요 섬 가운데 세 번째로 큰 섬이자 한반도와 가장 가까운 섬인 규슈에는 22개 코스로 이뤄진 규슈올레가 있다. 일본인과 결혼한 한국인 출신 공무원이 아이디어를 내서 규슈 지방정부와 사단법인 제주올레가 함께 만든 길이다.
간세(조랑말 표식)를 비롯한 모든 것이 한국의 제주올레와 쌍둥이다. 2012년 2월 처음 길을 낸 이후 지난해까지 45만5000명이 걸었고, 이 중 30만명이 한국인이다.
규슈올레길도 당분간 한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에 맞선 시민사회의 불매운동 및 여행 자제 운동의 여파다. 역으로 일본 내에서도 한국 여행 자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한·일 지방자치단체 간 교류도 여럿 취소되고 있다.
과거사 문제를 인정하지 않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경제를 무기화하면서 두 나라 사람들 사이에 흐르는 교류가 점점 말라가는 중이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은 단칼에 자르기에는 너무 많이 연결돼 있다. 한 예로 올 상반기 한국의 수출이 8.5% 감소했고 일본의 대한 수출도 13.3% 줄어들었다. 한국 제품이 안 팔리면 일본 부품도 함께 잘 안 팔린다. 한국에 들어오는 일제 상품 중 맥주나 옷 같은 소비재는 6.5%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부품·소재·장비들이다.
한국 경제가 잘되어야 일본 경제도 잘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일본 언론들도 아베 정부의 조치를 “일본 기업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비판한다. 침략이라기보단 자충수이다.
경기 활성화는 두 나라의 교류를 통해 상호 보완이 가능하다. 규슈올레가 만들어지면서 고령화를 걱정하던 한적한 일본 마을에 사람들이 흘러들고, 한국의 올해 상반기 서비스수지는 일본 등에서 온 관광객들이 증가하며 개선되는 식이다. 이처럼 사람이 활발히하게 오가야 경제도, 문화도, 서로에 대한 이해도 풍성해진다. 사람은 가까운 곳에서 많이 온다.
더 나은 교류를 위해 과거사 문제는 마땅히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정치권은 이를 정권 강화나 선거용 지렛대로 이용하지 않아야 한다. 두 나라 사람들 사이의 흐름은 이어져야 한다.
<경제부 | 박은하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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