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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대학에 다니는 아들이 전화를 했다. 시험을 못 봤는데도 점수가 아주 잘 나왔다며 이의 신청을 할 것이라고 했다. 잘 안 나온 성적이 아닌, 잘 나온 성적에 이의 신청이라! 나는 문제 해결 방식이 뛰어나 좋은 점수가 나왔을 것이니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재시험까지 감수하며 아들은 담당 교수에게 이의 제기를 했지만 결과는 내 예상대로였다.

이것이 독일 교육이다. 독일에서는 자신만의 답을 찾아내는 문제 해결 과정을 중요하게 본다. 독일은 강압적인 교화와 주입식 교육을 금지하고 학생의 자율적 판단을 중시하는 교육 철학을 오래전부터 펼쳐왔다.

반면 한국은 어떤가. 한국 학생들은 휴대전화로 검색만 하면 쏟아져 나오는 정보들을 외우는 데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생각하는 교육은 학생들의 사고의 빛깔을 다양하게 만든다. 이것이 창의 교육이다. 다른 사람이 해답을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해답을 만들어내는 교육 방식은 인간의 잠재능력을 싹트게 한다. 이런 방식으로 공부한 학생은 여러 현상들의 본질적 의미를 스스로 밝혀내는 철학적 되새김질을 즐길 수 있다. 독일, 프랑스와 같은 나라가 암기와 주입식 교육을 지양하고 이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까닭을 곰곰이 짚어볼 필요가 있다.

사람은 누구나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는 힘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 생각 홀로서기를 할 수 있는 교육이 절실하다. 미래 세대인 우리 학생들이 성숙한 시민 인격체로 자랄 수 있도록 이제라도 교육의 길과 방법을 모색하고 손질해 백년 난제를 해결해 보자.

<방운규 | 평택대학교 국문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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