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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대체복무제를 시행하라고 요구하고, 대법원은 이들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정부, 국회, 언론 그리고 많은 국민들이 대체복무제 법안 내용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핵심 쟁점은 대체복무의 기간, 분야, 근무형태, 심사기구 등이지만 대체복무제 도입을 바라보는 시각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산 넘어 산이다.

정부는 대체복무제 시행 방안을 곧 발표할 것이라고 하지만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까지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첫 법안에 대체복무자와 군필자·현역병과의 형평성, 국가 안보까지 한 번에 담아내는 등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불의보다는 불리함을 참지 못한다’는 정서가 앞선다면 대체복무제는 ‘또 다른 형벌’이 될 수도 있다.

영화 <핵소 고지>의 한 장면

몇 번이고 다시 봤던 영화 <핵소 고지>는 비폭력주의자인 주인공이 총을 들지 않는 의무병으로 육군에 입대한 뒤 2차 세계대전 오키나와 전투에서 무기 없이 75명의 부상병을 구한 실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국의 병역거부자 존 콘스도 한국전쟁 직후 한국에 와서 수많은 한국인을 의술로 살렸는데, 이는 대체복무의 일환이었다. 그는 2013년 한국 정부로부터 수교훈장을 받았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공론화도 20년 가까이 되었다. 그간의 숙성 기간을 감안한다면 대체복무자가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 권고하는 기간과 분야에서 빛을 발해 국가적·사회적으로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노청한 | 서울서부지법 민사조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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