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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몰랐죠. 학적팀에서 e메일을 받고 깜짝 놀라가지고. ‘아이고, 정유라가 내 수업을 들었어요?’라고 해서 그쪽도 놀라고 저도 놀라고 그랬습니다. 하하.”

기자는 류철균 이화여대 융합콘텐츠학과 교수와 지난해 11월 여러 차례 통화했다.

류 교수가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학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취재 중이었다. 류 교수의 행적은 의심스러웠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원한 청년희망재단의 초대 이사였고 차은택씨와 함께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에서 활동했다. 필명 이인화로 박정희 전 대통령 미화 소설도 썼다.

류 교수는 학점 특혜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정씨를 몰랐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너무 억울하다”고 했다. ‘김경숙 이화여대 신산업융합대학 학장이 정씨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없습니다, 없습니다”라고 반복해서 말했고, ‘이번 게이트와 정말 무관하냐’는 질문에도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나 싶다.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분노를 느낀다”고 했다.

정유라 이화여대 재학 당시 정 씨의 대리 시험 등 학사 특혜를 준 의혹으로 긴급체포된 류철균(필명 이인화) 교수가 지난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하지만 그의 각종 비리를 밝힌 보도(경향신문 2016년 11월8일자 2면)가 나갔고 류 교수는 더욱 강경하게 나왔다. 본지 기사에 대해 왜곡 보도라며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고, 이 기사로 인해 삼성그룹 간부 대상 강연이 취소됐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본지는 중재위에서 “국회가 특검의 수사 대상으로까지 결정한 사안을 반론을 빌미로 언론사에 허위사실을 적시토록 하는 게 맞느냐”고 했지만 그의 대리인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런 류 교수는 해를 넘기지도 못한 지난달 31일 체포돼 수의를 입고 눈앞에 나타났다. 호송차에서 내려 특검 사무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니 허탈함이 밀려왔다. 류 교수의 변호인이 밝혔다는 내용은 더 참담했다. “김경숙 학장이 정씨를 잘 봐달라고 부탁해 최씨를 만났다”는 해명이었다. 이번 논란에서 류 교수는 한번도 일관된 얘기를 한 적이 없다. 공적 질문을 하는 기자에게, 사법기능을 하는 중재위에서, 수사를 하는 특검에서 다른 말을 했다.

돌이켜 보면 그는 문학과 게임을 넘나들며 활동하는 동안 여러 차례 표절 의혹을 샀고, 그때마다 혼성모방이니 판타지니 하는 말들을 했다. 그런 그가 법정에서는 또 어떤 말을 꺼낼지 궁금하다.

이혜리 | 사회부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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