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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29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홀트아동재단(복지회) 등을 포함해 우리 아이들을 입양해주는 해외기관에 대해 정기적으로 감사편지를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또 “고마움을 알고 고마움을 잊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미 보훈처에는 6·25 참전국 또는 참전용사에게 편지를 보내거나 자녀의 한국 취업이나 유학 시 배려하는 등 ‘감사할 줄 아는 국가 이미지’를 주는 방안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고도 밝혔다.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해외입양이 ‘6·25 참전국’에 비견될 정도로 감사를 표할 일일까.

심지어 지난 5월에는 미국에 입양됐다가 불행하게 생을 마감한 김상필씨(43·미국명 필립 클레이)의 일이 알려지면서 과거 주먹구구식 해외입양에 대한 비판이 나오기도 한 터다.

5월21일 경기 고양시 한 아파트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씨는 10세 때인 1984년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미국으로 갔다. 그러나 양부모가 시민권을 얻어 주지 않아 미국 국적이 없었다. 김씨는 폭행 사건에 연루됐다가 시민권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 2011년 7월 한국으로 추방됐다. 언어 등의 문제로 한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던 김씨는 노숙자 쉼터와 복지시설, 정신병원, 교도소 등을 전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져보면 김씨가 불행했던 책임은 한국 사회에 더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통계에 잡힌 입양인 24만5600명 중 국내입양은 7만9088명에 불과하다. 3분의 2가 넘는 16만6512명은 해외로 나가야만 했다.

다행히 최근 들어 국내입양 아동수가 해외입양을 넘어서고 있지만 지난해에도 입양아 880명 중 334명(38%)이 한국 밖에서 새 가정을 찾았다.

그렇다고 정부가 나서 해외입양기관에 감사편지를 쓰는 것이 큰 도움이 될까. 그 시간에 입양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고,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하는 등 국내입양을 한 명이라도 더 늘이는 데 힘을 쓰는 것이 맞을 것이다. ‘감사할 줄 아는 국가 이미지’는 그 다음이다.

<홍진수 |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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