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문화재청이 관리하는 국가기록유산 사이트(www.memorykorea.go.kr)는 한국의 우수한 기록문화유산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만든 곳이다. 예를 들어 검색창에 ‘삼국유사’를 넣으면 삼국유사의 서지, 해제, 원문 텍스트를 볼 수 있다. ‘이순신’을 치면 난중일기는 물론 징비록에서 이순신이 언급된 부분도 금세 찾을 수 있다.

그런데 경향신문 취재 결과 이 사이트에 오른 국보 제76호 ‘이순신 난중일기 및 서간첩 임진장초’ 중 상당수에 오·탈자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자를 같은 발음의 다른 글자로 표기하거나, 아예 글자나 문장 전체가 누락된 사례도 있었다.

이는 초서체의 난중일기를 정자화해 디지털로 입력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오류로 보인다. 애초 디지털화의 저본으로 삼은 난중일기에 오류가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화재청은 오류 지적이 잇달아 나오자 이를 수정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난중일기를 시작으로 국가기록유산 사이트에 오른 기록문화유산의 오류 수정 작업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물론 소수의 연구자들을 제외한다면 난중일기 속 한자 오류를 알아낼 시민은 많지 않다. 국가기록유산 사이트의 난중일기에 오·탈자가 있다고 해당 유산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디테일이다. <이순신의 일기>를 펴낸 최희동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기존 자료를 참고했더라도 오류가 있었다면 개선되어야 한다”며 “난중일기 원본을 보면 아름다움이 있는데, 웹사이트는 그저 글자만 전달하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한 문화의 오랜 정수를 세심히 살펴야 하는 문화재 분야 특성상 떠들썩한 홍보보다는 진중한 연구와 무오류가 필요하다. 일제강점기에 재제작된 것으로 뒤늦게 밝혀진 덕종어보를 둘러싼 최근의 논란 역시 엄밀한 조사와 연구에 앞서 ‘환수’ 자체를 홍보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음식은 못 만들면서 홍보만 요란한 음식점은 결국 문을 닫는다. 진중하고 또 진중해야 하는 문화재 관련 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백승찬 | 문화부>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