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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관혼상제 중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이 상(喪)이다. 흔히 상장례(喪葬禮)라고 하는데 요즈음 화장(火葬)문화의 확산이 두드러지면서 여러 이유로 불편해지고 있다. 바로 화장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2013년 기준 전국 화장률이 76.9%, 경기도 화장률이 82.5%인데 이는 10명 중 8명이 화장을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특히 경기도에는 이 화장장이 절대로 부족하다. 인구 1300만명이 거주하는 경기도에 화장장이 3곳에 불과하다. 그나마 있는 화장장 3곳도 모두 경기 동부권에 몰려 있다. 이런 연유로 지난 10여년간 광역단체인 경기도뿐만 아니라 수많은 지자체에서 화장시설을 건립하고자 했으나 주민설득 실패로 무산되고 말았다.

이런 실패 사례를 타산지석 삼아, 화성시는 부천시, 안산시, 시흥시, 광명시와 함께 화성시 매송면 숙곡1리 일원에 화장시설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후보지 선정 때부터 공개모집을 통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신청하고, 후보지 선정권한 또한 시민들에게 위임했다. 사업비는 5개 지자체가 십시일반 모아 재정부담을 최소화했다.

그런데 요즘 문제가 하나 생겼다. 수원 호매실 지역 일부 주민과 수원 일부 정치인의 반대다. 그들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로 첫째는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환경기피 시설이라는 것과 정서적 기피시설이라는 것이다.

수원시 서수원지역 주민들이 함백산 메모리얼파크 예정지에 몰려와 ‘화장장 반대’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출처 : 경향DB)


첫째 환경적 기피시설을 논할 때는 과학적 근거를 두고 객관적 사실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11일에 발표된 경기연구원 연구용역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운영 중인 ‘수원연화장’과 ‘용인 평온의 숲’의 먼지, 일산화탄소,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은 법적 허용치보다 현저히 적었고, 수은과 아연, 구리 등 유해성 중금속은 검출되지 않았다. 또한 소각시설의 다이옥신 허용 기준은 5나노그램(ng-TEQ/S㎥)으로 수원 연화장은 0.134나노그램(기준치 37분의 1), 용인 평온의 숲은 0.081나노그램(기준치 61분의 1)이 배출됐다. 이는 담배연기 속 다이옥신 1.81나노그램보다도 적은 양이다. 이제는 막연한 걱정보다는 과학적 사실을 믿을 때가 되었다. 객관적 사례를 근거하지 않으면 그 주장은 단순한 허상일 뿐이다.

둘째로 정서적 기피시설이란 일상생활 중 지근거리에서 그 시설이 보인다거나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동선이 노출돼 감정적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시설을 말한다. 화성시가 추진하는 화장시설은 서수원 호매실지역과 직선거리로 약 2㎞이고 중간에 산 능선 두 개가 있다. 칠보산 정상에서 보이질 않으며 인근 국도 39호선을 통해 진출입할 것으로 보여 정서적 기피시설이라고 보기에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민주사회에서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객관적 사실에 의한 주장이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55개의 화장시설을 운영 중에 있으며 수도권 내 도심지 인근에 수원 연화장·서울추모공원은 택지지구와 1㎞도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있다.


이필도 | 을지대 장례지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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